[AG 포커스]'변화에 무덤덤' 한국 태권도, '옹고집' 우려된다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11.18 09: 04

'옹고집을 부리다'는 표현은 자기 의견만 내세운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주위에서 고립되기가 쉽다.
한국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전자 호구가 세계적인 추세로 흐르고 있지만, 이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일반 호구를 선호할 뿐만 아니라 전자 호구 중에서도 반자동(KP&P)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고집에는 이유가 있다. 전자 호구가 태권도 기술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단순히 점수내기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 호구가 잦은 판정 시비를 없애자는 국제무대의 요구로 탄생했다는 배경을 생각하면 아집에 가깝다.

실제로 국제 대회에서는 이미 전자 호구를 빼놓을 수 없는 상태다. 마우스피스 하나에도 민감하다는 선수들이다. 태권도선수권에서 전자 호구가 이미 기준으로 확립됐을 뿐만 아니라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사용이 확정됐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떤 제조사의 제품이 사용될 뿐이냐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호구로 훈련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대가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제 대회보다 더 치열하다는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이 지난 17일 태권도 첫날 경기서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국제 대회가 처음인 것도 한 원인이지만 전자 호구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에서 사용된 전자 호구(라저스트)는 힘을 중시하는 우리 선수들의 성향과 정반대였다.
문제는 우리가 일반 호구를 고집할수록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국제 대회에서 우리의 라이벌로 꼽히는 이란은 이미 전자 호구를 4년 이상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란은 전자 호구가 확립된 이후 한국에 패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동주 태권도 대표팀 코치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주 코치는 "이란은 이제 자신들이 태권도에서 한국을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자 호구로 바뀐 뒤 한 번도 한국에 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무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병관 태권도 대표팀 감독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병관 감독은 "2008 세계태권도선수권부터 라저스트사의 전자 호구가 사용됐다. 이 부분은 변하지 않는 흐름이다"면서 "만약 올림픽에서도 이 전자 호구가 쓰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루 빨리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한국 태권도 내부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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