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광저우 한인체육회장, “암표 문제, 대한체육회가 나서야 할 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1.18 16: 06

“한국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당연히 좋지요. 하지만 성적을 어떻게 거두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수단은 대회가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저희들에게는 이곳이 생활의 터전입니다”.
제 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윤호중 광저우 한인체육회장은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 광저우는 이들 교민들에게 단순히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가 아니다. 생활의 터전이요 비즈니스의 기반이다. 동대문시장으로 대표되는 한국 의류산업과 중국 의류산업을 연결시키는 중국 내 총본산이 바로 광저우다.
▲붉은 악마 대형 태극기가 못 올라간 이유

지난 15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 한국-중국전.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은 색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중국 경찰들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한국 응원단을 티켓에 적힌 구역과 상관 없이 특정 구역으로 모으는 것이었다.
 
경기장 중앙 좌측에 자리 잡은 한국 응원단은 1000여 명. 이 구역은 중국 경찰들이 2중의 보호막을 쳐 아예 중국 관중과 접촉을 불가능하게 했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 6만 관중에 맞서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조치를 이끌어 낸 단체가 있다. 바로 광저우 민간합동위원회다. 광저우총영사관(총영사 김장환), 광저우한인체육회, 광저우한인상공회 등 세 단체가 모여 지난 9월 7일 민간합동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15일 한-중전을 앞두고 현지 경찰 및 경기 관계자들과 안전을 위한 장시간 협의를 했다. 관중 입장 직전까지 이어진 줄다리기 끝에 한국 응원구역을 허용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윤호중 회장은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 안전사고였습니다. 응원을 하다 보면 서로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이미지가 최근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일로 악감정이 생기게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현지 교민들에게 성숙한 응원문화를 강조했습니다. 한국인답게 성숙한 응원 문화를 보여 주자고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응원 안내 수칙과 쓰레기 봉투를 나눠줬다. ‘응원 안내 수칙’에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중국 응원단과 어떠한 마찰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중국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야유를 보낸다거나 반칙을 범했을 때 중국 응원단을 자극하는 일을 삼가야 합니다. 관람 후 본인 자리의 컵이나 음식물 등 쓰레기를 치워 주시고 혹 본인 것이 아니더라도 주변자리를 깨끗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윤 회장은 중국 관중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붉은 악마가 가져온 대형 태극기도 펴지 못하게 했다.
▲철저한 자원 봉사 시스템, 어떠한 상업성도 안 된다
윤호중 회장이 광저우한인체육회장에 취임한 것은 작년 12월이다. 그 동안 축구협회, 테니스협회, 골프협회 등 종목별 협회 형태로 운영되어 오던 광저우 지역 생활체육단체들이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 대회를 앞두고 대표성을 띤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돼 한인체육회가 출범했다.
윤호중 회장은 “아시안게임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합동위원회는 철저하게 상업성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상업성이 개입하는 순간 본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응원막대 하나에도 광고를 넣지 않았습니다. 250여 자원봉사자들과 각 회장단 및 산하단체장들의 후원금으로 이번 대회를 대비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위해 민간합동위원회는 후원금만으로 약 50만 위안(약 85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광저우를 찾은 한국 선수단과 관광객, 경기 관람객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회 시작 전에는 소식지나 잡지 광고 등을 통해 대회 홍보에 힘썼고 대회 개막 이후에는 광저우 한인 지도를 제작해 광저우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로 24시간 콜센터를 운용하고 통역지원, 의전지원, 경기장 안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4시간 콜센터는 광저우를 찾은 한국인들의 고민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암표 문제, "대한체육회가 나서야"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마찬가지였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난제도 있다. 바로 경기 관람권 문제다. 암표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마치 거대한 암표 거래소처럼 되어 버렸다.
대한체육회가 대회 관계자들과 귀빈 위주로 표를 확보하다 보니 선수 가족들조차 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자주 빚어졌다. 그렇다고 경기장이 꽉 차는 것도 아니다. 중계 카메라에 비친 경기장은 대부분 관람석에 빈 자리가 넘쳤다.
지난 13일 광저우 아오티구장에서 벌어진 야구 B조 예선 대만전에서도 한인상공회, 한인체육회 등의 주도로 400~500명씩 버스를 빌려 경기장을 찾았지만 정작 표를 구하지 못해 경기장 바깥에서 암표상들과 한심한 공방전을 펼쳐야 했다.
윤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나서서 국가적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한체육회가 특정 여행사에 독점권을 줘 구매와 배분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사는 광저우에 지사도 없어요. 표가 제대로 구해졌는지도 의문입니다”라고 했다.
축구 중국전에서 단체 응원도 광저우 헝다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장수 감독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가능했다는 윤호중 회장은 “대한체육회에 표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국가적 시스템을 가동해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표를 구할 수 있는 합리적 통로를 만들어 달라는 거에요. 어렵게 찾아온 관객이 암표상의 봉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라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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