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하룻밤 피로가 싹~,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1.18 17: 27

[이브닝신문/OSEN=최연주 기자] “나 군위 간다.” “응? 구미 간다고?” “아니! 경상북도 군위!” “처음 듣는데….”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 군위군은 팔공산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일반인에겐 썩 알려지지는 않은 곳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 천년의 역사를 지닌 한밤마을 등 가족 여행객들을 위한 명소가 곳곳에 숨겨진 관광지다.
 

▲삼국유사의 산실 인각사
군위읍의 남서쪽에 위치한 고로면 화북리에는 보각국사 일연이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썼다는 인각사(사적 374호)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법당과 두 채의 건물만 남아 있어 썰렁함마저 느껴진다. 스님의 부도탑과 비문인 보각국사탑과 보각국사비(보물 428호)도 있는데 비석의 돌조각을 갈아서 먹으면 장원급제 한다는 속설 때문에 형체가 많이 훼손됐다. 사찰 앞에는 수많은 백학이 서식해 이름 붙여진 학소대가 있으며, 위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의 병암이 절경을 이룬다.
 
▲육지 속 제주도 한밤마을
부계면에 있는 한밤마을은 천년을 바라보는 전통마을로 부계 홍씨의 집성촌이다. 현재 마을의 행정명칭은 대율리지만 한밤마을로 통용된다. 대종가, 파종가 및 고택들이 즐비하며 20곳 가량의 정자, 재실이 여기저기에 있다. 한밤마을은 운치 있는 돌담길로도 유명한데 땅을 개간할 때 캔 돌로 자연스럽게 쌓아 제주도를 연상케 한다. 고택들과 이끼 낀 돌담에 덧입혀진 세월의 골목 사이를 거닐다보면 천년의 역사가 들려올 것만 같다. 마을 안 대율사라는 절에 있는 대율동석불입상(보물 988호)도 눈여겨 볼만하다.
 
▲제2석굴암보다 삼존석굴로
한밤마을의 자랑 삼존석굴(국보 109호)은 깎아지른듯한 절벽의 자연동굴에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온화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지상 20m 높이에 있는 동굴의 불상은 제2석굴암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경주 석굴암보다 1세기 이상 일찍 창건된 것으로 밝혀져 세계적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삼존석굴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다. 용량이 작은 디카로 멀리서 그 온화함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매년 석가탄신일에는 공개된다.
 
▲남천고택에서의 하룻밤
한밤마을 중심부의 상매댁은 한밤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가옥으로 남천고택이라고도 불린다. 원래 이 가옥은 흥(興)자형의 독특한 배치였으나 해방 후 중문채와 아래채가 철거돼 현재의 건물만 남아있고 대문채는 옮겨지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지금은 ‘ㄷ’자형의 안채와 일자형의 사랑채, 사당으로 구성돼 있다. 방은 좀 좁은 편이나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자고 나니 피로가 싹 풀린다. 샤워시설이 없어 약간 불편하지만 하루 정도는 견딜만 했다.
 
▲모노레일 타고 숲속 여행
고로면 석산리의 산촌생태마을은 몇 해 전까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산골로 산촌마을 체험관을 비롯해 산약초방, 약바람방, 한방산림욕장이 갖춰져 있다. 아토피에 좋다는 편백나무와 황토벽돌로 처리해 자연을 즐기며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도록 조성됐다. 마을 위쪽 산속에는 자연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는데 아직 도로 정비가 안 돼 트럭을 타고 올라가는 색다른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등산하기 힘든 노약자도 앉아만 있으면 숲속의 여행자가 될 수 있어 매력적이다. 1시간 정도 운행되는데 모터소리가 커서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중간에 잠시 내려 폐광도 구경할 수 있고 운 좋으면 박쥐를 보거나 아연 조각을 얻어올 수도 있다.
greena@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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