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5, AS 모나코)이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홍명보호를 4강으로 이끌었다. 더 이상의 '와일드카드 잔혹사'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19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서 연장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4강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24년 만의 금메달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한국은 오는 23일 북한을 꺾고 올라온 UAE와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이날 지동원과 함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박주영은 우즈베키스탄의 밀집 수비에 막혀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에 실패, '와일드카드 잔혹사'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연장 전반 3분 김영권의 패스를 받아 골을 터트리며 와일드카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서 예선전과 중국과 16강전에서 보여줬던 압도적인 공격력을 펼치지 못했다. 중원에서의 패스는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했고, 대표팀의 장점이던 측면에서의 돌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결국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이 오질 않았기 때문에 전방에서 2선까지 내려오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직접 찬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의 밀집 수비는 박주영에게 제대로 된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박주영이 간혹 찬스를 잡는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자세에서 나오지 못한 슈팅은 골대 안을 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박주영의 진가는 모두가 지쳤을 때 나타났다. 박주영은 연장 전반 3분 우즈베키스탄 수비라인을 뚫고 후방에서 들어오는 김영권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 골망을 가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국 축구가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본 기억은 없다. 그래서인지 '와일드카드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번 광저우 대회를 제외하고 올림픽에서 4번, 아시안게임에서 2번 와일드카드 선수를 기용한 한국의 최고 성적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3위. 올림픽에서는 2004 아테네 대회 8강이 최고다.
와일드카드는 23세 이하의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 대표팀 감독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대표팀의 취약점을 효율적으로 메울 수 있고, 노련미와 풍부한 경험으로 나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나이 많은 '와일드카드'들은 젊은 선수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우와 박주영은 선배로서의 근엄한 모습이 아니라 친구와 같은 친근함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이에 구자철은 "형들이 팀에 융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와일드카드' 김정우와 박주영의 노력 아닌 노력을 설명한 바 있다.
팀에 융화되려는 박주영의 노력과 최근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골감각을 봤을 때 이번 만큼은 예전의 와일드카드와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24년 만에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분명하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광저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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