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다리는 절룩였지만 '金 전도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불혹을 눈앞에 둔 병역브로커 박경완(38, SK)의 활약은 2010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야구대표팀에서 가장 각광받았다.
박경완은 19일 광저우 아오티 베이스볼 필드에서 벌어진 대만과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 포수로 선발 출장, 9-3 완승으로 팀 우승을 차지하는데 수비와 공격에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쳐보였다.
안방마님으로서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었다. 선발 류현진(한화)이 1-0으로 앞선 1회 동점을 내준 후 흔들렸으나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워 자칫 대만으로 빼앗길 수 있었던 흐름을 지켜냈다. 4회 다시 2실점했으나 2번 쟝지엔밍과 3번 천용지를 삼진으로 돌려 세울 수 있도록 공격적인 볼배합을 가져가 성공을 이뤘다. 삼진 능력이 탁월한 류현진의 볼 구위를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5회부터는 우완 윤석민(KIA)으로 굳히기에 돌입했다. 윤석민은 나오자마자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듯 했다. 앞선 4회 2실점하면서 6-3의 추격을 허용한 터라 더 이상 실점해서는 안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위가 좋았던 슬라이더를 윤석민에게 연속해서 요구, 리즈셩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윤석민은 팀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공격에서는 결승타로 기여했다. 1-1로 맞선 2회 1사 3루에서 바깥쪽 변화구를 욕심부리지 않고 툭 밀어쳐 간단하게 득점을 올렸다. 1회 대만의 반격에 동점을 내준 분위기를 곧바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베테랑 타자였기에 가능한 타격이었다. 1안타 1타점 1사구 희생번트 1개에 불과했으나 반드시 필요한 알토란 수치였다.
박경완은 전날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도 선발 양현종을 6이닝 1실점 호투로 이끌었고 자신은 결승타로 제 몫을 해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3경기에 나와 9타수 3안타로 3할3푼3리에 3타점을 올렸다. 몸에 맞는 볼도 2개.
양쪽 발목이 정상 플레이가 힘든 과정에서 보인 투혼이었기에 박경완의 이번 대회 활약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해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올해 복귀했으나 이번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자신을 길러낸 조범현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뿌리칠 수 없었던 탓이었다. 팀의 최연장자로서 조용하게 리더한 박경완은 11명의 후배들에게 병역 혜택을 선사하는데 일조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 각각 동메달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박경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경완은 자신의 가치를 또 한 번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letmeout@osen.co.kr
<사진>광저우=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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