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우승 순간. 대한민국 마운드에는 윤석민(24·KIA)이 서있었다. 왜 국내 최고 우완투수인지 증명하는 피칭으로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윤석민은 지난 19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대만전에서 최고 피칭을 펼쳤다. 선발 류현진에 이어 5회부터 구원으로 나온 윤석민은 5이닝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결승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한해 이런저런 불운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윤석민이었지만, 이날 결승전에서 그간의 스트레스를 모두 씻어내는 완벽투로 마지막에 웃었다.
지난 13일 예선 첫 경기 대만전에서 엔트리 누락 사건의 희생양이 되며 공 하나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등 불운 시리즈를 이어갔던 윤석민은 결승전에 최고의 공을 던졌다. 19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17차례나 잡아냈고 68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50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찍혔고 슬라이더도 최고 141km에 이르는 등 구위와 제구 모두 최상급이었다.

이날 잡아낸 탈삼진 7개는 윤석민의 국제대회 한 경기 개인 최다기록. 7회에는 펑정민-린이취엔-장타이산으로 이어지는 4~6번 타순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을 떨쳤다. 대만 타선이 안타 3개를 친 것이 신기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힘은 힘대로 좋았고 기교는 기교대로 좋았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후 승부구로 슬라이더를 던지자 대만 타자들이 꼼짝 못했다. 윤석민의 피칭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모 스카우트도 "올림픽과 WBC에서처럼 여전히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윤석민은 최고의 국제용 투수임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굵직굵직한 대회를 거친 윤석민은 총 13경기에 나와 5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05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특히 5승은 지난 1998년 프로선수들의 참가 이후 류현진·손민한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대회 최다승. 평균자책점도 불과 1.05로 셋 중 가장 낮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7이며 피안타율도 2할밖에 되지 않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에서 4⅔이닝 무실점으로 무난히 태극마크 데뷔를 치렀던 윤석민은 대체 선수로 합류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5경기 모두 구원등판해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2.35로 활약했다. 2009년 WBC 준결승에서는 메이저리거 강타자들이 즐비한 베네수엘라를 맞아 6⅓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는 놀라운 피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윤석민은 국제대회 때마다 선발과 중간 그리고 마무리까지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전천후 투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어디에 맡겨 놓아도 든든한 투수가 바로 윤석민이다. 조범현 대표팀 감독이 올 한해 숱한 일들로 심신이 지친 윤석민을 굳이 대표팀에 데려간 이유를 증명했다.
윤석민은 "민폐를 끼치지 않고 선후배들이 금메달을 따는데 도움이 돼 기쁘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전날 등에 담이 걸렸는데 진통제를 맞고 마사지를 받은 뒤 많이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보이지 않는 투혼까지 과연 최고 국제용 투수답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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