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이)범호를 넣고 싶어했었지. 그런데 범호도 일본 첫 시즌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어서 대신 들어온 게 (강)정호였어".
대신 뽑아 든 카드가 '잭팟'을 터뜨렸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 강정호(23. 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정호는 지난 19일 광저우 아오티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와 9회 쐐기 투런포를 작렬하는 등 5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강정호를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성공했다.
2006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1순위로 입단한 강정호는 지난 시즌 2할8푼6리 23홈런 81타점을 기록하며 2003년 홍세완(현 KIA 코치)에 이어 6년 만의 20홈런 유격수로 이름을 올린 뒤 올 시즌에는 3할1리 12홈런 58타점으로 3할 유격수가 되었다. 23개의 실책이 아쉽지만 강정호는 프로 데뷔 후 '바운드를 맞춰 수비하는 센스를 갖춘 내야수'로 현장의 높은 점수를 얻으며 성장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내야수 강정호지만 그는 자칫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뻔 했다. 금메달의 기쁨을 이어간 만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강정호의 활약에 대해 "너무 잘해줬다"라며 강정호 선발 비화를 이야기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술위원 및 코칭스태프 간의 이야기다.
"이범호(소프트뱅크)의 국가대표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범현 감독은 검증된 이범호에게 3루를 맡기고 싶어했다. 그러나 범호도 일본 첫 시즌 적응기를 치르는 입장이 아닌가. 범호 대신 강정호가 괜찮을 것 같아 추천했다".
요긴한 한 방과 안정된 3루 수비를 갖춘 내야수. 조 감독은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범호를 넣고자 했으나 김 감독은 한화 시절 이범호를 직접 지도한 감독이다. 너무나 성실하지만 다소 예민한 이범호의 적응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을 것임을 감안해 병역 미필자를 구제하는 방도에서 강정호를 선택했다.
강정호는 부산 전지훈련 4경기서 6할6푼7리(9타수 6안타)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인 뒤 아시안게임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최정(SK)을 제치고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2홈런 5타점으로 꽃을 피우며 이 날 경기의 최고 수훈 선수로 자리매김한 점은 분명 강조될 만 하다.
장타력을 갖춘 동시에 국가대표로서 내야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선수는 분명 가치가 대단한 유망주다. 김 위원장의 모험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탈환 성공은 물론 향후 국가대표 내야수로 오랜 시간 활약을 펼칠 만한 '대물'을 발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광저우=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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