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천적 북한에 패배하며 다시 한 번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톈허 스타디움서 열린 북한과 여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연장전 라은심에 연이어 골을 허용,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역대 전적 1승 1무 8패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또다시 북한에 패배, 결승전을 눈 앞에 두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북한에 패배한 한국은 22일 오후 4시 반 중국 톈혀 스타디움서 예선전에서 상대했던 중국과 사상 첫 메달을 놓고 대결한다.

이날 한국은 북한에 전체적으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북한은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은 채 긴 패스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한국 골문을 지속적으로 노렸다. 반면 한국은 후반 막판을 제외하고는 경기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북한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된 패스를 시도하지 못했고, 오히려 상대에게 패스가 차단되며 역습을 내줬다. 북한은 역습시에 최전방의 김영애에게 긴 패스로 단 한 번에 연결했다.
김영애의 돌파는 놀라웠다. 김영애의 순간적인 돌파는 한국 수비 라인을 순식간에 붕괴시키는 등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전반 9분 후방에서 들어오는 패스를 받아 수비 라인의 뚫고 연결한 슈팅은 매우 날카로웠다.
북한의 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전반 12분에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영애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했고, 19분에는 리은경이 골문에서 연이은 슈팅으로 골대를 두 번이나 강타, 지켜보는 한국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 36분 박희영이 상대 문전으로 침투하며 찬스를 잡은 것. 그러나 상대 수비수들을 제치고 날린 터닝슛은 안타깝게도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반이 끝나기 직전 북한은 기어코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46분 북한의 주장 조윤미가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찬 슈팅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 중원에서의 압박이 약해진 틈을 타, 노 마크 상태에서 자유롭게 슈팅을 날린 결과였다.
후반이 시작하자 북한은 이른 시간부터 선수들을 교체하며 조금씩 수비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한 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뜻도 있었지만, 이틀마다 경기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한국은 김나래와 심서연, 유영아를 투입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북한의 수비적인 변화에 한국은 공격의 횟수가 늘어났다. 연이은 공격에 분위기는 점차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분위기를 타 더욱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고, 결국 후반 43분 유영아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가을의 멋진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유영아의 절묘한 문전 쇄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한국은 연장전이 시작된지 4분 만에 다시 골을 내주고 말았다. 북한의 주 공격 루트였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문전에서 해결이었다. 한국은 어떻게 상대가 공격하는지 알았지만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 라은심을 놓쳐 헤딩골을 내주고 말았다.
설상가상, 첫 번째 골을 기록한 유영아가 경기 중 부상을 당하며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교체할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10명이서 뛸 수 밖에 없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 수적 열세까지 겹치며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동점골을 기록하는 데 실패, 오히려 결국 라은심에 다시 한 번 골을 내주며1-3으로 결승전을 눈 앞에 두고 아쉬운 패배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4 히로시마, 2002 부산, 2006 도하 대회에 이어 준결승전에서 네 번째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stylelomo@osen.co.kr
■ 20일 전적
▲ 광저우
대한민국 1 (0-1 1-0 0-1 0-1 ) 3 북한
<사진> 광저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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