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미필자들의 대활약 '과연 군대로이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21 08: 52

"병역혜택이 걸려있는데 무조건 이기지 않겠나".
지난 19일 한국과 대만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을 앞두고 만난 한 야구인은 병역혜택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병역혜택이 걸려있는데 무조건 이기지 않겠나. 아마 미필자들이 펄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병역의 의무를 해결하지 못한 모 선수도 "내가 그 상황이라면 정말 죽기 살기로 뛴다"며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얼마나 큰 것인지 설명했다. 그만큼 2년의 공백기가 주는 병역의 의무는 한창 뛰어야 할 젊은 선수들에게는 크나큰 짐이다. 역대 국제대회에서도 병역혜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드림팀 1기가 출범한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이다. 프로선수 12명과 아마선수 10명까지 22명 선수전원에게 병역혜택이 걸려있었던 이 대회에서 한국은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표팀은 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0.8득점이라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냈다. 해외파였던 박찬호와 서재응은 나란히 2승씩 올리며 평균자책점 1.32, 1.23으로 위력투를 떨쳤다.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창조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미필자들의 활약이 빛났다. 24명의 멤버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이 미필자였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원투펀치를 형성한 가운데 이용규·이대호·김현수가 타선을 이끌었다. 당시 미필 투수 7명이 8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을 합작했으며 미필 타자 7명은 타율 3할2푼4리 6홈런 31타점 33득점 5도루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5명,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명,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1명이 병역혜택을 누렸다. 정대현·조용준·이진영이 미필자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동메달에 그쳤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다. 모 야구인은 "그때는 미필자가 너무 많은 것이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표팀은 24명 중 무려 14명이 미필자였는데 경험미숙을 드러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로선수 참가가 허용된 1998년 후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실패사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미필자들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병역혜택이 누구보다 절실했던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5경기 모두 선발출장해 14타수 8안타 타율 5할7푼1리 3홈런 11타점 8득점 5볼넷 3사구 3도루로 공격 전 부문에서 어메이징한 활약을 펼쳤다. 강정호도 4경기에서 13타수 8안타 타율 6할1푼5리 3홈런 8타점 5득점으로 미필자의 위력을 뽐냈다. 최정·김강민·조동찬까지 포함한 미필 타자 5명은 44타수 22안타 타율 5할 6홈런 22타점 21득점을 기록했다. 양현종·임태훈·안지만·송은범·김명성·고창성 등 미필 투수 6명도 19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2승 탈삼진 30개를 합작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은 지난 19일 추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메인 페이지로 장식하며 '한국이 추신수를 위해 병역혜택을 얻었다'고 전했다. 추신수도 "솔직히 병역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병역혜택이 주는 힘은 부담인 동시에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된다. 병역혜택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국제대회에서 이보다 좋은 당근이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야구가 퇴출됐고 아시안게임도 2014년 인천 대회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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