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만리장성은 높았다. 그러나 결코 오르지 못할 산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21일 E조 예선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66-76, 10점차로 패했다. 우즈베키스탄-요르단-북한을 차례로 대파하며 3연승을 내달리던 한국은 중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8강 토너먼트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날 경기는 탐색전의 의미가 강했다. 결승전 또는 그 이전 토너먼트에서 마주칠 수 있는 중국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 희망
유재학 감독이 공들여 준비한 수비는 중국전에서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에서 평균 95.0득점을 기록했던 중국을 76점으로 묶었다. 야투성공률도 45.1%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상대 코트에서부터 따라붙는 특유의 끈적한 전면 강압수비는 중국의 공격을 비교적 억제했다. NBA 출신의 장신가드 쑨웨에게 3점슛 4개 포함해 19점을 내줬지만 어느 정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주성과 이승준의 골밑 활약은 중국전에서도 통했다. 김주성은 가장 많은 35분23초를 소화하며 팀 내 최다 18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전반 2점에 그치며 고전했으나 후반에만 16점을 몰아넣으며 한국농구의 기둥임을 확인시켰다.
이와 더불어 '혼혈선수' 이승준도 23분47초 동안 13점 4리바운드로 뒷받침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의 골밑으로 파고든 선수가 바로 이승준이었다.
이와 함께 포워드 조성민이 스크린을 활용한 중거리슛과 과감한 골밑 돌파로 12점을 넣으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포인트가드 양동근도 경기 내내 힘 있는 수비를 펼친 데다 과감한 골밑 돌파와 3점슛 2방으로 11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장신가드들에 막혀 골밑으로 원활한 볼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시원한 속공 전개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 과제
한국은 높이에서 밀리며 수비의 강점을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리바운드에서 32-29로 앞섰지만 후반에는 오히려 11-22로 뒤졌다. '최장신 센터' 하승진의 존재감이 필요했지만 2쿼터 중반 투입된 하승진은 2점슛 2개를 모두 놓치고 턴오버 1개를 기록한 채 벤치로 돌아갔다. 출장시간 2분34초.
또 다른 골밑 자원 오세근과 함지훈은 중국의 높이에 막혀 이렇다 할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또한 한국은 결정적으로 공격에서 집중력 부재를 드러냈다. 66득점에 그친 데다 야투성공률도 44.2%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턴오버 15개를 남발하며 중국에게 손쉬운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7개를 넣는 데 그친 외곽슛의 지원도 미비했다. 외곽슛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으나 시원하게 터지지 않으면서 공격이 막혔다. 은퇴한 문경은이나 부상으로 빠진 방성윤 같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슈터의 부재가 나타났다.
경기 초반 조성민과 양동근 외에는 과감한 골밑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헤집을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자유투도 25개 중 13개를 넣는 데 그쳤다. 이승준은 중국의 장신 숲을 저돌적으로 파고들며 자유투 11개를 얻어냈으나 그 중 5개를 넣는 데 머물렀다.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자유투 성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선수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 경기 내내 강력한 수비를 펼치는 만큼 막판에는 자유투 성공률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 유재학의 카드는
한국은 유재학 감독의 당초 예고대로 중국전에서 전력을 100% 다하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슛감각이 좋았던 이규섭이 13분15초만 뛰었고, 센터 하승진도 2분34초만 뛰고 나갔다. 포인트가드 이정석은 아예 출장하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중국 격파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아꼈을 가능성이 있다. 이규섭의 외곽슛이 터져야 하고 이정석의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존재감을 떨쳐야 한다.
이란·카타르·요르단 등 중동세가 이번 대회에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해 한국에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의 만리장성 벽만 넘으면 8년 만의 금메달도 결코 꿈이 아니다. 비록 중국에게 패했지만 10점차밖에 되지 않았다.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남은 기간 동안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면 중국 격파도 가능하다.
향후 중국과 리턴매치는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재학 감독이 들고나올 비장의 카드가 궁금해진다.
waw@osne.co.kr
<사진> 광저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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