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그녀 때문에 행복합니다".
어깨 수술로 병상에 누워있는 SK 붙박이 좌익수 박재상(28).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눈을 뜨면 항상 4살 연하의 예비 신부 문희재(24) 씨가 옆에서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상은 지난 18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오른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난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의 한일 클럽 챔피언십을 마치고 바로 요코하마로 이동한 후 수술했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상부 관절와순 손상'을 일컫는 '슬랩'으로, 회전근 아래에 있는 어깨 관절 쪽 연골판이 손상된 것이다. 24일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된다. 재활을 해봐야 알겠지만 내년 시즌 개막까지 완쾌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박재상은 올 시즌 타격시 오른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을 받기도 했다.
어깨 상태 통증이 계속되자 박재상은 어느 정도 수술을 각오했다. 하지만 내달 11일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가 처음 오르는 수술대였기에 내심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 씨가 만사를 제치고 일본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요코하마에서 회복 중인 박재상은 OSEN과의 통화에서 "걱정할까봐 시즌 중에 미리 수술 이야기를 해뒀는데도 막상 수술실로 들어갈 때 희재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너무 미안했다"면서도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희재가 옆에 있다. 아프지만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피앙세 자랑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자신의 병 수발을 드는 모습에 미안함이 앞섰다. 하지만 몇 주 뒤면 내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박재상의 보조개가 사라지질 않고 있다.
박재상과 문희재 씨는 지난 2008년 4월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문 씨는 뉴질랜드에서 7년 동안 유학을 하고 돌아와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미모의 재원. 그렇지만 박재상은 문 씨를 처음 봤을 때 큰 이끌림은 없었다. 그저 팬 중 한 명이라고 넘겼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9월에 "사귀자"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니다"는 박재상은 "그런데 나이가 어린 데도 어른스러운 모습에 점점 끌렸다. 또 야구선수라는 직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줬다"고 문 씨의 넘치는 매력을 설명했다. 알고 봤더니 보조개도 박재상처럼 양쪽에 있다.
이어 박재상은 "시즌 때는 데이트 할 시간이 없었다. 한달에 3번 정도 보는 정도였다. 사귄지 1년이 돼서야 내 눈을 제대로 볼 정도로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면서 "그러니까 우리의 만남을 굳이 말한다면 '알아가면서 더욱 깊어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뿌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때는 매일 아침 한 번도 빠짐 없이 모닝콜을 해줬고 아직 박재상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는 피앙세다.
박재상은 "의외로 내가 보수적인 면이 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어른들 앞에서 예의 바른 모습에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한 뒤 "상견례도 4시간에 걸쳐서 했다. 양가 어른들도 다 좋아하시고 분위기가 좋았다. 누가 '결혼을 왜 하냐'고 물으면 이제 당당하게 '완전 사랑하니까'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껄껄 웃었다.

마냥 즐겁고 기쁜 것만은 아니다. 마음 한 켠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박재상은 "결혼날짜를 잡고도 아직 희재에게 제대로 된 프로포즈를 하지 못했다. 결혼 준비도 혼자 하게 둬서 미안한데 단 한 번도 투정조차 부리지 않았다. 고맙고 대견스럽다"면서 "나를 믿고 선택해준 여자다. 지금처럼 나를 믿고 따라와 줄 것이라 생각한다. 결혼 전에는 꼭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닭살 멘트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표현은 희재보다 내가 더 잘한다"는 박재상이다. 그러면서 "일본 병원은 이상하더라. 한국처럼 보호자가 환자 옆에서 잘 수 없도록 해놓았더라. 저녁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보호자들은 나가야 한다. 그게 불만이다. 매일 다음날 아침 8시가 되길 바란다. 요즘 들어 더 '아! 이게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달콤한 병상생활을 소개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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