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을 돌아본 뒤 잠실에서 소음 적응 훈련 2엔드에서 결정했다".
제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감독의 책략은 접전 끝 값진 금메달로 이어졌다. 여성 감독으로서 부담감과 압박을 이겨내고 금메달 획득에 공헌한 조은신(46)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이 주현정(28. 현대 모비스)-기보배(22. 광주광역시청)-윤옥희(25. 예천군청)로 이어진 단체전 발사 순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은 지난 21일 광저우 아오티 양궁장에서 열린 열린 중국과 결승전서 4엔드 총합 220-220으로 동점을 이룬 뒤 2차 연장까지 가는 고전 끝에 2차 연장에서 세 명이 모두 10점을 기록하는 뒷심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금메달로 한국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4회 연속 여자 단체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경기 후 조 감독은 3명의 순서를 배치한 데 대해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과 지난 9월 25일 잠실야구장에서의소음 훈련 당시 2엔드까지 지켜본 후 순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궁 대표팀은 9월 25일 프로야구 잠실 LG-삼성전에서 소음훈련을 치른 바 있다. 관중석과 선수들의 거리가 가까워 상대적으로 소음이 더욱 커 집중이 힘들었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조 감독은 그에 대해 "첫 번째 선수는 거침없이 쏠 수 있는 선수"라며 주현정을 1번 궁사로 놓은 이유를 밝혔다. 20대 중반부터 실력이 일취월장한 대기만성형 주현정은 3엔드에서 왼 어깨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바람에 7점에 그치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는 거침없는 주현정의 스타일을 알려준 한 단면과 같다.
뒤이어 조 감독은 "두 번째 선수는 경험이 부족해도 편하게 쏠 수 있는 선수를 쓰고자 했다"라며 기보배를 넣은 이유를 밝혔다. 주현정과 마찬가지로 기보배 또한 준비 동작이 빠른 편이다. 조 감독은 기보배에 대해 "어리지만 차분하고 야무지다. 체력이 아쉽다는 것이 옥의 티"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윤옥희는 주현정-기보배와는 다른 스타일. 조 감독은 "경험이 많고 스스로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를 마지막에 놓고자 했고 고심 끝에 윤옥희를 넣었다. 본인도 3번 궁사가 이렇게 힘든지는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특히 윤옥희는 시위를 겨냥한 뒤 쏘는 과정까지 10초 이상 이를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타일. 그만큼 신중하고도 집중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결승서 주현정이 8점 2번, 7점 1번을 쏘며 부진했지만 윤옥희가 2차 연장까지 10발을 모두 9점과 10점을 쏴 줘 짜릿한 재역전 우승이 가능했다.
여성으로서 제자들의 성향을 한 걸음 더 깊이 알고있던 조 감독은 이를 확실히 파악해 신중하게 생각한 뒤 순번을 결정했고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광저우=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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