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시면 무조건 갑니다".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곧 현실을 직시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던 '슈퍼짐승' 김강민(28, SK)이 기분좋게 일본 마무리 캠프로 향한다.
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김강민은 설렜다. 첫 태극마크를 달고 출장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우승, 간절히 바라던 병역 혜택이라는 큰 선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특히 내달 18일 결혼하는 동갑내기 예비신부 박정선 씨와 함께 여유있게 혼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를 통해 김성근(68) SK 감독의 호출을 전해 들었다. 마무리 캠프지인 일본 고치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하루만 쉬고 23일 곧바로. 당연히 단내나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강민은 예상치 못했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박진만 선배와 (정)근우, (최)정이만 가는 줄 알았다"는 김강민은 OSEN과의 통화에서 "그런데 나까지 포함됐다고 하더라. 어쩌겠나. 감독님이 내가 보고 싶어 부르시면 무조건 간다. 어차피 가는 거 기분좋게 일본으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혹시 아나. 감독님이 내가 보고 싶어서 나를 부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잘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특히 김강민은 "그래도 결혼식 전까지는 한국으로 보내주실 것으로 믿는다"면서 "12월 11일 결혼하는 (박)재상이가 제주도나 잠깐 같이 갔다오자고 하더라. 재상이는 수술도 했고 재활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운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 대표팀에서 김강민은 활약이 미미했다. 출국 전부터 "비중이 적은 백업요원이니까 어떻게든 내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었다. 때문에 김강민은 앞장서서 배팅볼을 던지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정말 열심히 배팅볼을 던졌다"는 김강민은 "선수들조차 배팅볼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고 말하더라"면서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병역 혜택은 김강민에게 2~3년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강민에게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내년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내게 있어 올해는 최고의 해였다. 그런 만큼 내년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내년은 나의 야구인생이 도약하든지 아니면 그저그런 선수로 남든지 중요한 기로에 설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본으로 갈 수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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