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군대가는 녀석이랑 뭔 인터뷰를 합니까".
텅빈 구장에서 홀로 러닝하던 성준 투수코치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던진 한마디. 그는 웃었다. 한화 4년차 외야수 정현석(26). 지난 23일 경찰청야구단 4기 최종멤버 15명 중 한 명으로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곧바로 대전구장을 찾았다.

그동안 등산 등으로 개인훈련했지만 야구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났던 그는 잔류군 선수들과 함께 마무리훈련을 받았다. 그는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꿈에서 야구할 정도였다"며 웃어보였다.
▲ 특별한 신고선수 성공기
정현석은 "경찰청 입대 확정으로 마음이 놓였다. 생각했던 목표대로 되어 간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에서 열심히 야구했는데 경기에 뛸 때가 되면 아프고 일이 풀리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한낱 신고선수로 사라질 수 있었지만 정현석은 의지로 모든 걸 이겨냈다. 입단 2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고 2년이 더 지난 뒤에는 1군 주전급으로 뛰어올랐다. 신고선수 성공기는 많지만 정현석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지난 2007년 경희대를 졸업한 정현석은 고교 시절 롯데에 지명받았으나 대학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당시 그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지명권이 어렵게 풀렸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때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고 정현석은 떠올렸다. 대전토박이인 그는 '고향팀' 한화의 부름을 받고 방망이를 잡았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었다. 그 스스로 야수 전향을 결심했다. 정현석은 "투수로는 쉽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입단할 때부터 구단에 야수를 시켜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학 4년간 한 번도 잡지 않았던 방망이. 정현석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방망이 잡는 법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강석천 코치와 장종훈 코치가 붙잡고 정현석에 오랜 시간 공들였다. 그는 "코치님들께서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강조했다. 힘들었지만 모든 걸 열심히 배우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수비와 주루도 마찬가지. 오히려 "수비는 어릴 때부터 잘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화려한 레이저빔 송구와 외야수비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허슬 플레이도 강점. 정현석은 "몸을 사리면 더 부상을 당한다. 성격상 대충하는 걸 싫어한다"며 남다른 의지를 나타냈다.
▲ 후회없는 군생활을 위해

2008년 막판 1군에 승격된 정현석은 주로 대수비로 나와 7경기를 출장했다. 그러나 그해 9월 28일 SK와의 문학 원정경기에서 좌익수로 나와 균형을 잃으면서 공을 놓치는 수비실책을 저질러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정현석은 "그때가 바로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2군에서 수비를 잘한다고 추천해서 1군에 올려보냈는데 트위스트춤을 춰버렸다. 나 자신에게 그렇게 자책을 한 건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그 날 그 실수는 정현석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2009년에도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온 정현석은 24경기에서 타율 2할을 기록했는데 안정된 수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4년차가 된 올해. 그는 시즌 내내 1군에 머물며 114경기에서 타율 2할6푼2리 4홈런 24타점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그렇게 야구의 맛을 차차 알아가는 찰나 정현석에게는 영장이 날아들었다. 한대화 감독은 "어렵게 키워놓은 선수인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석도 "경기도 자주 나가고 재미를 느꼈는데 군대를 가게 돼 아쉽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도 "우타자를 보강하는데 주력했다. 새로 들어온 우타자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정현석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사실 정현석은 지난해에도 군입대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1년 더 승부한다는 마음이었고 확실히 커진 존재감을 남기고 입대하게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마치고 가게 된 것이 잘되지 않았나 싶다. 나 때문에 팀 전력이 약해진다는 기사를 보면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물론 소속팀 한화는 언제나 잘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어릴 적부터 내가 응원을 해온 고향팀이다. 야구를 포기하려던 내게 기회를 준 것도 고향팀이다. 나중에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면 얼마나 좋겠나".
군대에서 그는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임을 다짐했다. "군대에서 시도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시도해보겠다. 군대를 다녀온 후 더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현석의 말이다. 때마침 경찰청에는 1년 선배 연경흠이 있어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정현석은 "남은 숙제를 한다는 기분으로 입대할 것이다. 2년간 정말 열심히 해서 군생활에 후회가 안 들게끔 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약혼 준비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군대에 다녀온 후 더 좋아진 모습으로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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