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도 아쉬웠지만, 경기를 보고 있던 이들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될 생각이지만, 끝까지 '만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23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 들어 갈 듯하던 연장 후반 추가 시간 종료를 불과 몇 초 남기고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해 24년 만의 금메달 탈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경기 내내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고립되어 고군분투했고 중원 허리 싸움에서는 이렇다 할 압박도 공격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수비에서는 계속 측면을 허용하며 상대방에게 기회를 내줬다.

또한 홍명보 감독의 선수 기용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반전에 경기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후반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전반전 멤버를 그대로 후반전에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중반 조영철 대신 서정진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같은 포지션에 단 한 명의 선수 교체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한국이 UAE보다 객관적으로 강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후반에 승부를 보려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정규 시간 90분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선수 교체를 하지 않았다.
연장전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장 전반 4분에 홍철 대신에 김민우를 투입하기는 했지만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는 끝까지 남겨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홍명보 감독의 의도는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의 투입.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틀렸다. 수비 축구를 지향하는 UAE에 골을 넣기 위해서는 체력이 떨어진 연장전에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승부차기는 변수가 너무 많고 이길 확률은 어느 팀이나 50%이기 때문에 결승 진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선발로 출전했던 김승규가 지난 2008년 K리그 플레이오프 당시 승부차기 전문 골키퍼로 투입돼 상대였던 포항의 킥을 두 차례 막아냈을 정도로 페널티킥 방어에 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홍명보 감독의 교체는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악수였다.
게다가 대신 들어간 이범영이 몸도 채 풀리기 전에 골을 허용한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에 홍명보 감독도 "골키퍼 교체는 내 실수가 아닌가 싶다"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분명 선수 교체가 필요한 이유는 많았다. 최전방에서 박주영의 고립됐다면 후반에 지동원이나 다른 선수를 투입해 박주영의 숨통을 틔워줬어야 했다.
또한 중원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밀렸으면 구자철-김정우 조합이 이날 만큼은 좋지 않았다는 말이다. 윤빛가람이 기성용의 대타로 들어온 선수이기는 하지만 실력은 K리그 정상급이기 때문에 그의 투입도 생각했어야 했다.
그리고 왼쪽 풀백 윤석영의 교체도 필요했다. 윤석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지속적으로 상대의 돌파를 허용했다. 번번이 크로스를 내줬고 뼈아픈 결승골도 그 자리가 뚫리며 터졌다.
물론 이는 결과론이다. 스포츠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필요 없다. 그렇지만 결과가 나빴고 내용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UAE와 준결승을 지켜본 팬들로 하여금 계속 '만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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