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에 서는 것만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광저우까지 왔음에도 과녁을 겨냥하지 못한 채 동료들의 금메달을 지켜봐야 했던 그녀에게는 다행히 피앙세의 따뜻한 격려 문자가 있었다.
김문정(29. 청원군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나 그녀가 실전에서 활시위를 당긴 것은 지난 19일 예선 라운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문정은 예선에서 총 1338점을 기록하며 5위에 올랐으나 불운하게도 3위(북한 권은실)를 제외한 상위 3명의 선수가 모두 대표팀 동료들이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김문정에게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3명이 출전하는 단체전에 주현정(28. 현대모비스) 기보배(22. 광주광역시청) 윤옥희(25. 예천군청)가 나서게 돼 김문정은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도와야 했다. 국가당 2명만 나갈 수 있는 개인전에서도 그녀는 주변인으로서 윤옥희와 기보배의 분전을 바라야 했다.
지난 23일 광저우 아오티 양궁장에서도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윤옥희의 개인전 금메달을 축하했다. 그러나 애써 아쉬움은 보여주지 않으려 더 많이 웃고 더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아쉽지 않을 리는 없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이렇게 동료들을 돕는 시간이 더 값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개인전을 앞두고 선수 개개인 마다 출장 기회에 대해 눈치를 보고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녀에게는 자신을 지켜주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김문정의 예비 신랑인 양궁 선배 최원종(32. 예천군청). 대표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해 국내에서 경기를 지켜본 최원종은 김문정에게 따뜻한 문자를 잊지 않았다.
"지금 그곳에 있는 네 자리가 더 멋지다고 문자를 보냈더라. 고마울 따름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 난 반쪽을 보며 어찌 마음이 편했겠는가. 그러나 최원종은 현지에서 더욱 시무룩해질 수 있던 김문정을 위해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았고 김문정 또한 멀리서 날아든 예비 남편의 배려에 고맙다는 답장을 건넸다.
결혼 만큼은 김문정 보다 선배인 주현정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 쪽의 부담이 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심리적인 안정이 된다.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다"라며 양궁 선배의 결혼 생활이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광저우에서 고배를 마신 김문정의 미래가 앞으로 더욱 밝게 펼쳐질 것이라는 또 하나의 암시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김문정이 지난 23일 윤옥희의 여자 개인전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모습. / 광저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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