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많이 부담스러울 거야".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에게는 올 겨울에도 좋은 소식이 없다. 주축 선수들의 군입대와 부상 그리고 FA 선언으로 바람잘 날 없는 가운데 박찬호의 국내 복귀도 쉽지 않아보인다. 기대할 수 있는 건 특급 외국인선수와 더불어 '슈퍼루키' 유창식(18)이다. 피로누적으로 나가사키 마무리훈련 중 귀국한 유창식은 대전구장에서 잔류군과 함께 훈련하며 내년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 부담스런 주변상황

한화의 한 관계자는 "유창식이 어린 나이에 부담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광주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유창식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7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다. 계약금 7억원은 프로야구 역대를 톨틀어 두 번째 많은 금액이다. 지난 2006년 계약금 10억원을 받으며 KIA에 입단한 한기주가 역대 최고 계약금을 기록한 가운데 1997년 LG 임선동, 2002년 KIA 김진우가 나란히 7억원씩 받았다. 계약금은 곧 그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한화가 구단 사상 최고 계약금을 안겼다는 것은 그만큼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한화의 팀 사정도 유창식의 어깨를 짓누른다. 류현진 외에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팀 사정을 고려하며 유창식이 당장 내년 시즌 류현진과 좌완 원투펀치를 이뤄주길 바라는 시선이 많다. '괴물' 류현진과의 조우로 팬들은 그가 제2의 괴물이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외 '대성불패' 구대성의 등번호 15번을 영구결번하지 않고 유창식에게 넘겨주었다는 점이나 메이저리그행을 포기하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국내 잔류를 택한 사연도 유창식에게 미디어가 집중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벌써부터 스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 한화의 보호작전
한화는 이달초 나가사키 마무리훈련 중 유창식을 조기귀국시켰다. 올 한해 고교 3년생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선수 못지않은 강행군을 치른 유창식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올해 유창식은 총 7개 대회에서 22경기에 나와 108⅓이닝을 던졌다. 웬만한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한대화 감독의 배려로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에서 빠진 유창식은 대전구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잔류군 마무리훈련에 포함돼 있다. 피로가 쌓인 만큼 피칭훈련 대신 재활선수들과 함께 러닝과 스트레칭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철저하게 관리받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주위의 지나친 기대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아직은 고등학생이다. 신인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다. 비단 코칭스태프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윤종화 단장도 "아직 어린 선수라 부담이 많이 될 것이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고맙지만,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는 너무 많이 띄워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중에 잘하면 그때가서 더 많이 띄워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스타 선수 만들기보다 선수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 진중한 훈련태도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 중에는 상당수가 프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다. 최고 계약금의 한기주는 기대만큼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수술 후 부상 재활을 거치고 있다. 역대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임선동은 LG에서 실패한 뒤 현대에서 반짝했으나 이후 오랜 기간 침체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김진우도 오랜 세월을 방황하며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이외 김명제 유원상 성영훈 조용준 이정호 김수화 등 역대 계약금 상위 10위에 포함된 선수들 대다수가 이런저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계약금을 5억원 이상을 받은 16명의 선수 중 성공사례로는 문동환 손민한 김광현 정도밖에 없다.
그만큼 유창식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창식의 마무리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정영기 한화 2군 감독은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훈련하는 태도가 아주 좋다. 바디밸런스도 잘 잡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류현진 못지않게 진중한 선수"라며 그의 성격에 주목했다. 기가 죽거나 그렇다고 들뜨는 기색도 없다는 뜻이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마운드에서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은 투수였다. 유창식은 지난 24일 고교 졸업시험 때문에 훈련을 빠졌다. 정 감독에게 예의를 갖춰 훈련불참에 대해서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유창식은 25일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훈련에 합류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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