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296쪽|중앙북스
블로그에 올렸던 55편의 글 엮어

한국 풍경과 정감 넘치는 삶 담아
외국인 일상 관찰하는 재미 솔솔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심은경. 이 한국이름은 1975년 생겼다. 그해 그는 30여명의 미국 평화봉사단원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다. 당시 외국인 내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도장이 필요하던 때다. 학교직원으로 등록하든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업무를 보든 항상 지니고 있어야 했다. 도장에 새길 한국이름은 그때 탄생했다.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의 한국이야기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관리하고 있는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이야기’를 기초로 그가 본 한국의 풍경과 한국인의 정감 넘치는 삶에 대해 풀어놨다. 35년 전 충남 예산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이후 다시 살아난 다채로운 단상들과 교차시킨다.
2008년 9월23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던 첫날의 스케치가 책의 시작이다. “안녕하십니까 심은경입니다”로 운을 뗀 도착성명을 한국어로 발표했다. 그리고 부임 1주일 만에 쓴 ‘33년만의 귀향’을 시작으로 ‘심은경과 함께 한 자전거길 600리’ 행사의 마지막 코스인 대구 여행 소감을 정리한 ‘대구를 떠나야 한다’까지 모두 55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린 순서대로 실었다.
처음으로 배운 한국어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1975년 7월 서울에 왔을 때 더운 날씨로 목이 말라 거의 탈수상태였다. “물 주세요.” 이것이 그가 배운 첫 한국어 문장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교수와 함께 1986년 서울 자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던 때도 회상한다. 당시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교수가 미국 국무장관, 또 그 자신이 주한 미국대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2009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맛본 한국음식을 떠올리기도 했다. 신선로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처럼 반찬 하나하나를 다 맛보았는데 그 중 다시마튀각의 맛에 반한 것 같았다. 백악관으로 튀각을 조금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썼다.
부임 직후 개설한 그의 블로그는 지금까지 90여편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미 5만명 이상이 찾은 ‘인기 블로거’다. 무엇보다 그는 블로그가 자신뿐만 아니라 대사관 전체가 더 많은 한국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된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댓글까지 다 읽으면서 읽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한국어에 보내는 애정도 숨기지 않는다.
책은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감회와 대사로서의 공식행사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발 빠른 외교행보로만 본다고 하더라도 한 외국인이 소소히 공개한 한국에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막지는 못한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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