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5대 얼짱’이 화제다. 그런데 항상 그렇지만 5대니 10대니 하는 숫자들은 태생적으로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범위를 미리 정해놓고 후보를 추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대에 포함되지 않아 내심 서운했을 법한 ‘제 6의 얼짱’이 이번 제 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것도 ‘철인’들이나 해낸다는 근대5종이라는 종목에서다. 비인기종목이라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지만 그 어느 것보다 값진 메달을 목에 건 김은별(21, 한국체육대학교)이 있다.
비인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 종목에서 거둔 수확은 매우 쏠쏠하다. 24일에는 근대5종에서 무려 3개의 메달이 쏟아졌다. 남자 단체전 금메달, 남자 개인전 은메달과 동메달이었다. 이날 현장에는 김은별도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타났다. 전날의 격한 감정을 추스르고 스물 한 살, 또래의 앳된 모습으로 목청껏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만족한다”는 김은별은 담담히 ‘눈물’을 이야기 했다. 대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부터 자꾸만 눈물이 울컥거렸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23일 아오티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수영 경기를 치른 뒤 또 왈칵 눈물이 쏟아졌는데 현장에 있는 보도진을 통해 한국에 알려지기를 ‘기록에 낙담해 흘린 눈물’로 소개됐다.
김은별은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종목별 기록도 목표치를 달성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다. 그런데도 매 종목을 마칠 때 마다 눈물이 났다. 아마도 너무 힘들게 운동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학교까지 수영을 했던 김은별은 이후 근대5종으로 종목을 바꿨고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개인전에서 거둔 성적은 7위.
하루에 펜싱과 수영, 승마 그리고 크로스컨트리와 권총사격의 복합경기를 치러야 하는 근대5종은 살인적인 체력을 요구한다. 훈련 자체도 힘들뿐더러 그러한 노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 종목이라 더 서럽다. 매 종목을 마칠 때마다 그 동안 쏟은 땀방울이 눈물로 샘솟을 법도 하다.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근대5종이라는 스포츠를 알릴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는 김은별이다. 그런데 5대 얼짱이라는 말에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아낀다. “5대 얼짱이라는 기사를 여기서는 읽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 나중에 친구가 알려줘서 알았는데 그것도 스포츠에 대한 하나의 관심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런 김은별에게도 현실적인 소망이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근대5종을 하는 여자 실업팀이 없다. 전국체전에서도 채택이 안 되어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운동을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 후 뛸 수 있는 실업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아쉽다. 실업팀도 생기고 선수층도 두터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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