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들은 왜 뭉치질 못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0.11.25 08: 28

시상식, 상 안주면 '차라리 다른 행사 뛰는게 더 경제적' 인식
공동작업에 익숙한 배우들보다는 각자 경쟁에 더 익숙
 
가수 및 가요관계자들이 여러 가지 위기 및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뚝뚝 떨어지는 음원수익, 10대 청소년 가수들의 활동을 규제하려는 정부 움직임, 권위 있는 시상식의 부재 등 가수들이 똘똘 뭉쳐 합심해야 하는 사안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수년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가요계의 이러한 문제가 잘 뭉치지 못하는 가수 및 가요관계자들의 속성 때문이라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요계는 스크린쿼터 사수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 배우들과 대조되며, ‘유독 단합이 안되는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이통사에 맞서 강경대응을 하자면서도, 오히려 이통사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등의 행태도 계속돼왔다.
 최근 가요계 이슈는 청소년 가수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 주말 활동 등에 극심한 제약을 가하려는 정부 움직임이다. 가요관계자들은 이번만큼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기획사 소속 관계자는 “가수는 근로자가 아니지 않느냐. 예술가들에게 근로기준법을 들이대며 사실상 청소년 가수들의 활동을 막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가요계가 제대로 뭉치질 못하니 대응을 제대로 못해 더욱 더 끌려가는 것 같다”면서 “가요계가 매번 제대로 뭉치지 못해 여러 손해를 봤는데, 이번에도 각자 이해관계만 따지다가 흐지부지 될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겐 연예기획사에 대한 대중의 불신, 정부의 이해부족 등 앞으로 어렵게 극복해야 할 과제가 다수 남았다.
 
 권위 있는 시상식 부재에도 가요계의 단합 부족이 한 몫했다는 내부 반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상을 주지 않으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가요계 뿌리 깊은 병폐다. ‘남의 가수’ 들러리만 하긴 싫다는 것. 영화배우들이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시상식을 찾는 것과는 다소 다른 자세다.
 
 권위 있는 시상식이 없어 가수들이 굳이 가려하지 않고, 가수들이 불참을 하니 시상식의 권위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그래미 같은 시상식이 없는 데에는, 이기적인 가요관계자들의 자세가 크게 한 몫한 건 사실이고, 이는 정말 반성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수들은 바쁜 연말, 시상식 대신 행사를 하나 더 뛰면 수입이 많이 차이난다. 그 수입을 포기하고 시상식에 가는 건데, 시상 결과에 의문까지 품게 되면 화나지 않겠나.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결과 대신 기획사와의 친밀도 등에 민감한 방송국들도 문제는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공동대응은 매우 어려운 상태다. 가요계가 어느 장르보다 방송사 의존성이 극심하기 때문. 아직도 국내 예능프로그램들이 가요차트를 들었다 놨다 하다시피 해 가요관계자들과의 유대 보다는 방송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있다.
 
 또 공동작업에 익숙한 배우들과 달리, 가수들은 자신의 앨범을 혼자 작업하고 혼자 성공하는 툴에 익숙해, 경쟁자들과 합심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가요계는 힘을 더 키워가면서 이같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 음원 수익의 경우 SM, JYP 등 대형기획사가 힘을 합친 KMP홀딩스가 자체 유통을 통해 음원 시장에서 발생하는 유통비를 줄여보고자 시도할 예정이고, 가수들이 직접 나서는 시상식도 추진 중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전역에 부는 한류가 가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닌데, 이 기회를 잘 살려 제대로 발전해가기 위해, 가요관계자들이 제일 먼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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