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웃고 즐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자꾸 뭘 생각하게 한다. 우스갯소리, 허둥지둥 몸개그에 웃다보면 가슴에 뭔가 쿵하고 내려앉는다. '남격'을 보다보면 말이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우리 시청자들에게 자꾸 뭘 가르치고 있다. 화합의 의미가 뭔지(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 생명의 소중함은 뭔지(남자, 유기견 새 생명을 만나다 편), 디지털 세상은 뭔지(남자, 그리고 디지털의 습격 편)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생각만 해도 '웃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적재적소에 익살스런 말개그를 던지는 이경규나 '할매' 콘셉트로 예능 늦둥이 대표주자가 된 김태원, 치와와 같이 생긴 외모로 개그 센스를 발휘하는 김국진, 그리고 늘 뭔가 결여된 것 같은 '약골' 이미지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윤석 등 멤버들 구성이 참 즐겁다.

태생이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웃겨야 하는 것은 의무이자 숙명이지만 '남격'은 조금 다르다. 대놓고 웃기거나 재밌기만 한 게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자꾸만 감동을, 교훈을,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형제 코너 '1박2일'이나 MBC '무한도전'이나 다들 인기 프로그램의 위치에서 큰 웃음을 주지만 '남격'만이 가진 특유의 매력과는 분명 다르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등 재기발랄 멤버들이 우여곡절 여행 속에 펼쳐놓는 웃음거리들이나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등 예능 선수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에서 얻는 재미와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남격', 고유의 특성이 있다.

최근 반향을 일으킨 '남자, 그리고 새 생명을 만나다' 편에서는 유기견을 가슴에 안은 '남격' 멤버들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애완견에 대한 관심이나 배경 지식이 전혀 없던 김국진이 '덕구'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결국 입양하기에 이르는 사연, 장난꾸러기 김성민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제제'를 보듬어 데려오는 모습, '애완견 박사' 이경규가 주저 없이 '남순이'를 식구로 맞는 이야기 등은 중간 중간 에피소드 사이 웃음을 줌과 동시에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한발 더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유기견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고, 인식 전환의 기틀을 제공하기도 했다.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동물이나 사람이나 상처받은 영혼에게 온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과서에 나올 법한 그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예능 프로그램인 '남격'이 이러한 메시지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자체가 특별한 것 아닐까.
'남격'을 보며 자꾸 배운다.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남자를 배운다. '예능'을 통해 알아가는 세상이 참 따뜻하고 즐거운 요즘이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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