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치부심' 김수경, "다시 일어서고 싶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0.11.26 07: 02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수경(31)이 자존심 회복을 위한 대반격에 나선다.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마무리 훈련에 참가 중인 김수경은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재기를 위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한 뒤 지난 1998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김수경은 데뷔 첫해 12승 4패 2세이브(평균자책점 2.76)로 신인왕에 올랐다. 특히 신인 최다 탈삼진 신기록(168개)을 수립하며 '닥터K'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1999년 최다 탈삼진(184개), 2000년 다승왕 타이틀(18승)을 품에 안으며 특급 투수로 군림했다. 2005년 7승 7패(평균자책점 5.76)과 2006년 4승 7패(평균자책점 3.7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그는 2007년 12승 7패(평균자책점 3.88)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김수경은 2008년부터 부상과 부진 속에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올 시즌 1차례 마운드에 올라 1패(평균자책점 13.50)로 고개를 떨궜다. 4월 6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 3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고배를 마신 뒤 2군행을 자청하기도 했다. 당시 김시진 넥센 감독은 "마음이 많이 아프다. 내가 데리고 키운 애"라며 "모든 선수가 똑같지만 수경이는 손때가 많이 묻었던 선수라 속상하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25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만난 김수경의 얼굴은 평소보다 핼쑥해보였다. 그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일부러 뺐다. 4~5kg 정도 빠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4월 6일 대구 삼성전 이후 2군행을 자청한 이유를 묻자 "속이 상한 것도 있었지만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안타를 펑펑 맞더라도 구위만 좋다면 다음 등판에서 만회할 수 있지만 내 공에 만족하지 못해 (2군행을 자청하기로) 결정했다. 빨리 올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2군에서 구속을 끌어 올려 감독님의 마음에 들게끔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수경은 신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후배들의 선전 속에 입지가 좁아졌지만 초심을 통해 살아 있다는걸 보여주는게 그의 목표.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의 표정에서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보다 밸런스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김수경은 "투수는 파워와 근력도 좋아야 하지만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류현진(한화 투수)처럼 뛰어난 투수들은 밸런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다시 일어서고 싶다". 그의 한 마디 속에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김수경은 "좋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간직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다시 돌아가야 한다. 주변에서 '현대 시절 정말 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도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어찌 보면 바닥까지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잘 하려고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때면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올 겨울에는 어느때보다 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내년에 못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질 것 같다. 팬들이 '언제 부활하냐'고 격려하기도 한다. 이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흔히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타 선수들의 활약보다 시련을 딛고 재기한 선수들의 투혼은 더욱 감동적이다. 자존심 회복을 위한 김수경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욱 아름답고 그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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