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 플로리다까지 날아간 LG 트윈스가 또 다시 잡음을 내고 있다. 문제는 내년 시즌 연봉협상부터 도입한 '신연봉제도'가 발단이 됐다.
올 시즌 LG 선수단 연봉은 56억 7900만원으로 8개 구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투수들 가운데 박명환이 5억, 타자들 중에는 이진영이 5억 4000만원을 받아 투타 최고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팀은 계속해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LG 는 새로운 연봉 제도를 도입해 선수단에게 자극을 시도했다.
그것이 신 연봉제도다. LG 관계자는 25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새 연봉 제도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했다. 시즌 중에도 계속해서 피드백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지난 3월 15일, 시범경기가 시작하기 전 부산 농심호텔에서 고위 관계자가 직접 선수단에게 파워포인트로 새 연봉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했다. 시즌 중에도 매달 선수들에게 올 시즌 연봉대비 성적을 신호등 형식, 즉 빨간등, 주황등, 파란등으로 선수들에게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LG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은 "처음 설명을 들을 때 그렇게 집중하지 않고 들었다. 물론 우리가 인지를 정확히 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도 피드백을 받았지만 이 정도로 가감폭이 클 줄을 몰랐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LG는 지난 16일 연봉 협상을 담당하는 운영팀 임승규 차장이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지로 날아가 선수들과 연봉 협상에 들어갔다. 22일에는 김진철 운영팀장도 훈련지에 도착했다.
연봉 협상의 책임을 맡은 LG 김진철 팀장은 "신연봉제도는 선수들의 입단 연차에 상관없이 그 해 성적이 좋은 선수들은 큰 폭으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대신 성적이 안 좋을 경우 파격적으로 삭감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세밀하게 나온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시즌 성적에 비춰볼 때 타자들 중에서는 '작은'이병규와 오지환이 높은 고과를 받았고, 투수들 가운데는 3년 연속 10승을 한 봉중근과 이상열, 김광수, 이동현, 김기표 등 구원투수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투타 최고과 선수들을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타자들의 경우 높은 고과를 충분히 반영 받은 반면 투수들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선수단 사이에서 형평성과 애매한 기준을 놓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오지환과 '작뱅'이병규는 1억원 이상을 보장 받은 반면 투수 고과 1위인 이상열은 올 시즌 연봉 8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오른 1억원을 제시 받았다. 김광수도 올 시즌 5200만원을 받았지만 9000만원 제안 받았고, 이동현도 5400만원에서 9000만원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상열은 지난해 진주 마무리캠프 때 공개 테스트를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로서는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열은 올 시즌 76경기에 등판 59⅔이닝을 던져 2승2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8개구단 투수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만큼 2000만원 인상은 타자 고과에 비교해도 터무니없게 낮은 액수라는 평가다.
김광수도 올 시즌 68경기에 등판 76⅔이닝을 던져 4승5패 7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김광수는 풀타임 중간계투로 첫 시즌이었지만 셋업맨, 원포인트, 롱릴리프 뿐 아니라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투수로 나서 팀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연봉 상승폭이 100%가 되지 않았다.
세 번의 수술을 극복하고 마운드에 복귀한 이동현도 68경기에 등판 74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15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을 마크했다. 이동현 역시 김광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LG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다. 김기표도 48경기에 등판 2승4패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전반기에 많은 경기를 소화해 후반기에는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들 4명의 불펜 투수들 덕분에 LG는 올 시즌 선발투수진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4위 싸움을 할 수 있었다. LG 프런트 뿐 아니라 선수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작뱅'이병규도 지난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주로 2군에서 머물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 올 시즌 103경기에 출장 3할의 타율에 12홈런 53타점 57득점을 기록했다. 이제는 더 이상 견제 세력이 아니라 주전 '빅5'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려 '신연봉평가'에서 연봉 1억 돌파가 가능한 상황이다.
오지환도 올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출장해 125경기에서 2할4푼1리의 타율에 13홈런 61타점 59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실책(27개)과 삼진(137개) 부분 불명예 2관왕을 기록했지만 머지않아 간판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덕분에 오지환 역시 연봉 2400만원에서 내년 1억원이 넘을 예정이다.
그러나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2000만원대 연봉에서 이듬해 곧바로 1억을 돌파한 선수는 흔치 않았다. 지난 2006년 신인왕과 MVP를 싹쓸이한 '괴물투수' 류현진이 2000만원에서 1억원을 받았다. '특급좌완' 김광현은 2008년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4000만원에서 1억 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작뱅'이병규, 오지환이 류현진과 김광현에 필적할 만한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이끌었냐는 것을 놓고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LG는 '신연봉제도'를 통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더 큰 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년 시즌 4강을 목표로 8개구단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훈련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을 준비하는 첫 관문인 연봉 협상에서 '보이콧' 얘기까지 나오며 벌써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LG 관계자는 "선수단 보이콧 또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아직 사인을 하는 단계가 아니라 만나서 협상만 했을 뿐이다"며 사건이 크게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는 눈치였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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