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男 농구, 방성윤-김승현 생각나게 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27 08: 36

'보물' 김주성(32)은 분전했다. 8년 전보다 농익은 플레이로 골밑을 공략하고 지켰다. 그러나 그를 뒷받침할 만한 선수들이 없었다. 8년 전 기적 같은 연장 역전승으로 따낸 금메달 주역이었던 방성윤(28)과 김승현(32)의 이름이 어느 때보다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이 8년만의 금메달 탈환에 아쉽게 실패했다. 중국과 결승전에서 4쿼터 추격전을 벌였으나 71-77로 석패했다. 명예 회복에 성공하며 희망을 발견했으나 과제도 드러난 대회였다.

▲ 가드진 우위는 옛말
과거 한국농구는 고질적으로 사이즈의 약세를 갖고 있었지만 포인트가드 포지션만큼은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김인건-유희형-김동광-박수교-유재학-강동희-이상민-김승현 등으로 이어지는 포인트가드 계보는 한국농구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이 부분에서 이렇다 할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뛴 양동근은 특유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결승에서도 3점슛 2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 17점을 올렸으며 강력한 압박수비에도 앞장섰다. 그가 있어 좋은 승부가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 전체를 장악하는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골밑으로 원활한 볼 투입이나 시원시원한 속공 전개가 보이지 않았다. 이 분야의 전문가였던 김승현의 존재가 내심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정석 박찬희 등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도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격에서 확실히 믿고 맡길 만한 스코어러가 없었고 슈터들의 과감성도 부족했지만 번뜩이는 패스와 2대2 플레이 그리고 과감한 돌파로 골밑을 헤집으며 공격의 활로를 뚫고,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드의 존재가 아쉬웠다.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김승현이 아쉬웠다.
▲ 강심장 슈터가 없었다
결승전에서 한국은 4쿼터에 3점슛 3개를 터뜨리며 맹추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확실한 한 방이 메이드되지 않았다. 중국의 높은 벽에 막혀 과감하게 슛을 때려줄 선수가 없었다. 조성민이 3점슛 3개를 던져 모두 적중시키는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그 역시 전문 슈터는 아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은 슈터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노장 김성철과 이규섭이 장신 슈터로 가동됐지만 별다른 위력을 떨치지 못했다. 높이의 중국을 잡기 위해서는 폭발적이고 결정력을 갖춘 슈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한국의 강점이기도 했다.
과거 한국농구는 신동파-이충희-김현준-문경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슈터 계보를 갖고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이들의 3점슛은 확실한 득점루트였다. 사이즈에서 약점이 있던 시절의 한국농구는 외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사이즈가 강화된 뒤 정작 슈터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아쉬운 건 역시 방성윤의 존재였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시절 막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대선배들 속에서도 수비수를 달고 슛을 던지는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대담하게 3점슛을 던져줄 강심장 슈터의 부재는 결국 한국농구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 지금 그들은 뭐하나
김승현과 방성윤은 김주성과 더불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최대 수혜자들이었다. 당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탄탄대로의 시작이었다. 그 가운데 지금도 꾸준하게 국가대표 팀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김주성밖에 없다.
 
김승현과 방성윤도 몇 년 전까지는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비시즌 쉬지도 못한 채 대표팀의 부름에 응했지만, 언제부턴가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더니 아예 이름이 지워져버렸다. 결정적 순간 그들이 생각났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김승현은 프로농구판을 뒤흔든 이면 계약 파문의 장본인으로 선수생활에 있어 중대 고비를 맞이했다. 오리온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구단과 갈등의 골이 깊다. 부와 명예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방성윤도 계속된 부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FA 대박은 커녕 어느 팀으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해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재기를 위한 몸부림에 한창이지만 쉽지가 않다. 두 선수의 추락은 한국농구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것이 확인됐다. 그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로 잃어버린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한 한국 남자농구는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한다. 김승현과 방성윤, 과연 그들이 돌아와 올림픽을 향한 한국농구의 선봉장이 될수 있을까. 팬들은 그들의 국가대표 복귀를 그리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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