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전' 이정호, "추신수에 자극받은 것 아니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11.27 08: 04

"생각 없는 사람으로 비쳐지기는 싫다".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이정호(28)가 해외진출을 꿈꾸고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거취에 관심을 쏠린다.
이정호는 26일 해외진출의 꿈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밝힌 후 임의탈퇴 공시에 합의했다. 임의탈퇴 선수가 되면 최소 1년 동안은 국내에서 야구를 할 수가 없다. 이적을 할 때도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시말해서 이정호는 해외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2011년을 그냥 허비하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이정호는 위험을 감수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정호는 구단 발표 직후 OSEN과의 통화에서 "해외에서 뛰는 꿈은 항상 꿔왔다"면서도 "반드시 해외진출을 위해서라고 내린 결단은 아니다"고 밝혔다. 의외로 담담하고 자신있게 스스로의 생각을 풀어냈다. 특히 "가족들과 주위 지인들과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외로 당장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는 이정호는 "돈을 바라고 가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원해서 오라고 한 것도 아니다. 또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 내린 결단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정호의 임의탈퇴 소식에 주변 사람들은 극단적인 모습이다. "현실성이 떨어진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라는 걱정 섞인 반응이 먼저다.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는 격려도 쏟아지고 있기는 하다.
▲고교 라이벌 추신수와 상관없다
혹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메이저리거로서의 위용을 떨친 추신수(28, 클리블랜드)에 자극받아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닐까.
이정호와 추신수는 고교시절 항상 비교되는 전국구 라이벌이었다. 대구 상원고와 부산고 에이스로서 쌍벽을 이뤘다. 2001년 이정호는 5억 3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추신수는 롯데 대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를 택하면서 둘의 운명은 달라졌다.
이후 이정호는 팔꿈치와 어깨 등 3번의 수술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던 반면 추신수는 어느새 메이저리그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정호는 "이번 결정에 추신수나 김태균(28, 지바 롯데)이 미친 영향은 없다. 놓인 위치가 다르다. 신수나 태균이는 시간을 두고 쌓아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감정에 치우친 결정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정호는 삼성과 계약할 당시 해외 진출 부분에 대한 옵션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고대했던 꿈이었다.
 
▲배려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
"며칠 전 구단 측과 연봉 협상을 하다가 용기를 내서 내 생각을 말했다. 원래부터 내가 꿈꿔 왔던 것을 말했고 구단과 감독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다. 내 도전 의지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자꾸 아프고 해서 구단과 감독님께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몸을 잘 추스려서 다른 것에 도전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또 자꾸 2군에만 있으니 거기에 안주하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뭔가 깨고 나가야 할 때라고 느꼈다. 뭔가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꿈을 좇는 것이 나를 채찍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순히 해외 진출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시진 감독은 "정호가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일단 어깨는 아프지 않다고 하고 150km까지는 충분히 던지는 애니까 부딪혀 보라고 말해줬다"면서 "정호가 요청을 했는데 구단이나 내가 막거나 만약 방출을 했다가 갈 곳이 없어지면 애 하나 망칠 수도 있다.
▲미국보다는 일본! 5~6월까지 기다리겠다
이정호는 내달 초 고향인 대구로 내려간다. 거기서 착실하게 몸을 다듬어 때를 기다릴 생각이다.
 
"고향 절친인 (손)승락이 결혼식은 보고 갈 생각"이라고 말한 이정호는 "모교(상원고)에서 혼자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날이 풀릴 때까지는 근력 운동 위주로 훈련할 것이다. 어깨가 아픈 후 볼을 잡지 않은지 3개월째다.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일정을 밝혔다.
 
특히 "무턱대고 내린 결론도 아니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나이도 아니다.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이정호는 "시간을 두고 도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보다는 일본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년 여름 초인 5~6월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는 곧 이정호의 해외 진출을 돕는 대리인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정호도 "깊은 이야기는 결정이 된 후 하고 싶다"고 말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2001년부터 통산 35경기 동안 1승 1세이브만 기록하고 있는 이정호의 해외 진출 꿈이 현실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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