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도 개인 기량을 갖춰야 한다".
골밑 집중만이 아닌 외곽포과 1-1 돌파 능력도 갖춘 장신 선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악조건 속에 은메달을 획득하며 분전한 유재학(모비스)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장신 선수들의 개인기 함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26일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71-77로 패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던 한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약하며 코트를 뒤로 해야 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의 함성과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그리고 상대의 거친 수비 속에서 대표팀은 분명 좋은 경기를 펼쳤다. 유 감독 또한 "열심히 한 선수들의 수고가 많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패한 경기인 만큼 짚어야 할 부분도 분명 존재한 것이 사실. 유 감독은 "막판 오세근(중앙대)의 미들슛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커가는 과정에 있는 선수이지 않은가"라면서도 "빅맨도 확실한 개인 기량을 갖춰야 한다"라며 단순한 포스트 플레이어를 넘어선 선수들의 출현을 바랐다.
실제로 결승전 중국의 득점 포문을 연 것은 212cm의 왕즈즈(빠이 로케츠)의 3점포였다. NBA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던 왕즈즈는 마크맨인 김주성(동부)과 오세근의 수비 부담을 높였다. 2쿼터서는 귀화 선수 이승준(삼성)이 마크했으나 이날 왕즈즈는 20점(3점슛 1개) 4리바운드를 올리며 중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한국도 이승준이 가능성을 비치기는 했다. 과거 에릭 산드린이라는 이름으로 유 감독과 함께 모비스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이승준은 2쿼터서 3점슛 2개 포함 8득점을 올렸다. 204cm의 장신이지만 깔끔한 슛 터치를 지닌 이승준은 상대 마크맨을 3점 라인 밖으로 이끌어내는 수훈을 보였다. 장신 선수 마크에 대한 부담을 상대에게 던진 것.
이승준을 제외하면 국내 선수 중 2m대 신장으로 확실한 외곽포를 지닌 선수는 드물다. 서장훈(전자랜드)은 이제 베테랑이 되었으며 김주성은 외곽포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골밑슛 미들슛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과거 정훈(오리온스)은 성균관대 시절 장신 가드로 주목을 받았으나 프로 데뷔 이후에는 결국 확실한 장신 가드로 성장하지 못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말았다.
장신에 트위너급 능력이 아닌 확실한 개인 기량을 갖춘 장신자를 필요로 하는 한국 농구. 유 감독의 따끔한 한 마디에는 한국 농구의 미래를 향한 바람이 담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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