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오릭스에서의 '부활조건' 충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28 07: 48

'국민타자' 이승엽(34)이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린다. 새둥지는 오릭스 버팔로스로 굳어졌다.
<닛칸스포츠>는 지난 26일 보도를 통해 '이승엽이 오릭스와 연봉 8000만엔+옵션으로 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이승엽을 통해 확정된 보도는 아니지만 사실상 굳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1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퇴단한 이승엽은 열흘 만에 새 소속팀을 구하게 됐다. 일찌감치 일본에서 현역생활 연장 의지를 밝혔던 이승엽에게 오릭스는 새로운 재기의 터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존재가치 확인

지난 2007년을 끝으로 이승엽은 매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부상 후유증으로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요미우리의 분위기상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점점 잊혀지는 선수가 된 듯했다. 하지만 일본 구단들은 이승엽의 존재가치를 인정했다. 오릭스뿐만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 복수의 구단이 이승엽에게 흥미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위치가 된 것이다.
이승엽이 8000만엔의 연봉을 제시받은 것도 그의 존재차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년간 6억엔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았던 이승엽에게 8000만엔은 적은 액수이지만 퇴출된 외국인선수로는 최상의 수준이다. 7억2000만엔으로 일본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고연봉을 받은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올해 소프트뱅크와 4000만엔에 계약하고, 5억5000만엔을 받았던 터피 로즈도 2007년 4700만엔의 연봉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에 비하면 이승엽은 확실히 좋은 조건을 받았고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는 뜻이다.
▲ 출장기회 보장
이승엽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출장기회다. 주전으로 뛰면 한 달이면 채울 수 있는 108타석이 올해 이승엽에게 주어진 기회의 전부였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구단이 이승엽에게 필요하다. 손가락 수술 후 타격감각을 찾는데 애먹은 이승엽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오릭스와는 궁합이 맞다. 이승엽에게 충분한 출장기회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알렉스 카브레라와의 재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어 이적이 유력하다. 1루수와 지명타자로 활약한 카브레라가 빠지면 그 자리는 고스란히 이승엽의 것이 된다. 
 
오릭스가 이승엽에게 오퍼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카브레라의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또 한신 감독 시절 요미우리 이승엽에 결정타를 자주 맞았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도 "홈런 40발은 무리라도 30발을 칠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며 장타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터였다. 오릭스 무라야마 요시오 구단 본부장도 "좋은 선수인 것은 틀림없다"며 이승엽을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오릭스는 페르난도 세기뇰, 그렉 라로카, 존 레스터 등 외국인선수들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올해 14개의 홈런을 친 아롬 바르디리스 등 3명의 선수가 남아있지만 1군 경력이 많지 않아 이승엽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오릭스에서는 외국인선수 쿼터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 오릭스는 어떤 팀
오사카에 연고를 둔 오릭스는 지난 1936년 창단한 한큐의 후신으로 간사이 지역에서는 한신과 함께 전통있는 구단이다. 오릭스 무라야마 본부장은 이승엽에 오퍼를 건네는 과정에서 "간사이에 있는 한인들 앞에서 (이승엽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역의 한신에 밀려 비인기구단이지만 오히려 이승엽에게는 부담없이 뛸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블루웨이브 시절 구대성이 4년간 활약했고, 김성래 타격코치가 올해 2군에 몸담았다. 2009년 SK를 지도했던 쇼다 고조도 1군 타격코치로 있다.
오릭스는 리그 우승 12회와 일본시리즈 우승 4회를 차지했다. 그러나 1996년 일본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이고, 2000년대에는 6차례나 최하위를 할 정도로 최근에는 깊은 침체를 겪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05년 한신을 우승으로 이끈 오카다 감독을 새로 앉히며 부활을 노렸다. 교류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결국 69승4무71패로 퍼시픽리그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팀 홈런 146개(2위)를 기록할 정도로 타선의 힘은 좋다.
올해 다승왕을 차지한 카네코 치히로(17승)와 홈런왕을 차지한 T-오카다(33개)가 투타 간판스타다. 하지만 카브레라의 공백으로 중심타선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이승엽이 해줘야 할 역할이 크다. 홈구장은 1997년 설립된 일본의 3번째 돔구장 교세라돔으로 인조잔디다. 좌우 100m 중앙 122m 펜스 높이는 4.2m. 홈런 생산에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구장이다. T-오카다가 올해 홈런왕을 차지했으며 2002년 터피 로즈도 이 구장에서 5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도 구장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거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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