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결산 ①] '샛별'이 더욱 빛난 2010 광저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28 08: 20

지난 27일 막을 내린 2010 아시안게임 개최지 광저우 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주강(珠江)은 시 남부에 삼각주를 형성하며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물길이 광저우에 족적을 남기며 더 큰 바다로 흘러가듯 4회 연속 종합 2위 달성에 성공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에도 힘찬 발자국을 남기며 더 큰 무대에서 활약을 예고한 유망주들이 있었다.
 
금메달 첫 테이프를 끊은 사격에서는 한국 사격계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대명(22. 한국체대)이 '3관왕'으로 맹활약했다. 이대명은 지난 13일 진종오(KT)-이상도(창원시청)와 함께 남자 단체전 50m 권총 금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14일 10m 공기 권총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하며 맹위를 떨쳤다.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침착함을 선보이며 중국의 베테랑 탄종량을 제치고 개인전 금메달까지 목에 건 이대명은 "그저 단체전에서 형들 하는 데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면서도 "마지막 세 발을 남기고 금메달을 직감했다"라는 본심을 나타내기도.
 
박태환(단국대)의 명성이 재입증된 수영에서는 정다래(19. 전남수영연맹)가 여자 평영 200m 금메달로 외모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예선전 성적은 좋았으나 그 상승세가 결승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했던 정다래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조희연 이후 12년 만에 한국 수영계의 여자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대회 전부터 얼짱으로 주목받던 정다래는 이 금메달로 외모를 뛰어넘는 실력까지 지녔음을 증명했다. 특히 금메달이 확정된 후 기쁨의 눈물을 원없이 흘리며 "(성)동현(한국체대 복싱 선수)이가 보고 싶어요"라는 돌발 멘트는 국내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공식 인터뷰서도 정다래는 4차원 소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미디어의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성공한 야구서는 강정호(23. 넥센)의 활약이 눈부셨다. 당초 이범호(29. 소프트뱅크)를 대신해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대타 및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예상되었던 강정호는 절정의 타격감으로 주전 3루수 최정(SK)을 제치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뒤 대만과 결승에서 2홈런 5타점으로 활약하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함께 '셀프 병역 특례'까지 성공했다.
 
특히 강정호는 광주일고 시절 포수까지 겸업했던 야구 센스를 지닌 데다 지난 시즌 23홈런을 작렬하며 한 방을 갖춘 멀티 내야수로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히어로즈발 트레이드'로 인해 시끌거렸던 야구계를 생각하면 스토브리그 트레이드 시장을 달굴 선수로 가장 먼저 꼽히는 강정호다. 넥센 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강정호가 갖춘 능력이 그만큼 많다는 점을 입증한다. 
 바둑에서는 이슬아(19. 한국기원)의 활약이 뛰어났다. 똘망똘망하고 귀여운 외모로 먼저 주목받은 이슬아는 박정환(충암고)과 함께 혼성페어 부문 금메달을 차지했다. 찰나의 냉정함과 침착함이 중요한 바둑 특성을 감안했을 때 여동생 이미지의 이슬아가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는 점은 더욱 남성팬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또한 이슬아는 결승전 상대였던 셰허-쑹룽후이(중국)조의 순서 혼돈으로 인한 벌점 2집을 기억했다가 반상의 선수들이 승패를 생각지 못한 순간 박정환을 가리켜 "너 군대 안가도 돼"라며 센스를 발휘하기도. 이 한 마디로 이슬아는 배드민턴 혼합 복식조 금메달의 이효정(삼성전기)와 함께 광저우의 '합법적 병역 브로커 누나'로 떠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삼성전기)에 이어 이효정의 두 번째 병역 특례 콤비가 된 신백철(21. 한국체대)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남자 복식에만 전념한 이용대를 대신해 이효정과 짝을 이룬 신백철은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서 중국의 장난-자오윈레이조를 완파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2세트 랠리 상황에서 4연속 스매싱으로 상대를 주춤하게 한 모습은 기억에 선명할 정도.
 
시상식 후 신백철은 "광저우로 오는 비행기에서 커다란 금잉어가 내게 다가오는 꿈을 꿨다"라며 비화를 털어놓았다. 금잉어 대박 선물을 받은 신백철은 병역 특례와 더불어 한국 배드민턴계를 이끌어 갈 또다른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여자 양궁에서는 막내 기보배(22. 광주광역시청)의 활약이 있었다. 주현정(현대 모비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윤옥희(예천군청)에게 기를 이어주는 2번 궁사 노릇을 했던 기보배는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며 막내로서 제 몫을 다했다.
 
가녀린 듯하면서도 강단있는 외모로 남성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기보배는 현지에서도 기량과 미모를 갖춘 미녀 궁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작 선수 본인은 "광저우에만 있어서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남자 양궁에서는 김우진(18. 충북체고)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1994년 박경모(당시 충북상고, 공주시청 플레잉감독) 이후 16년 만의 남자 고교생 궁사 2관왕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은 포커페이스가 인상적이었다.
 
2관왕이 확정된 순간에도 파안대소가 아닌 가벼운 웃음으로 금메달을 자축한 김우진. 그는 경기 후 "개인전서 오진혁(농수산홈쇼핑) 선배가 8강에서 탈락해 부담이 컸는데 다행히 코칭스태프와 형들이 격려해 주셔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금메달 순간 떠오른 이에 대해 묻자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 생각이 가장 컸다"라며 2관왕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체조 얼짱' 손연재(16. 세종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리듬체조 개인 종합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전 메달에 성공한 손연재는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로 체육관을 뒤흔들었다.
 
이미 예전부터 '리듬체조계의 김연아'라는 칭호를 얻으며 주목받은 손연재. 손연재는 메달 획득 후 "내 나이 때 이미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쥔 연아 언니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연아 언니가 어려웠던 피겨 스케이팅계의 주목을 이끈 만큼 나 또한 좋은 성과로 체조계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광저우는 이들에게 약속의 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 광저우는 앞으로 더욱 빛날 샛별들에게 단순한 메달만이 아닌 자신이 속한 종목의 저변 확대에도 공헌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준 땅이다. 샛별들의 메달 획득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사진>위로부터 정다래-강정호-이슬아-기보배-손연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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