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의리와 명분을 택했다.
임창용이 이적결심을 철회하고 야쿠르트 수호신으로 잔류했다. 잔류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99년 당시 주니치 소방수였던 선동렬 삼성 감독의 행보와 너무도 흡사하다. 거액의 조건, 일본 최고의 인기팀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있었지만 의리를 택한 것이다.
선동렬 감독은 당시 4년동안 주니치의 소방수로 활약했다. 2009시즌을 마치고 은퇴, 메이저리그 진출, 일본내 이적 등 여러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당시 오른쪽 무릎에서 물을 빼고 경기를 펼칠 정도로 몸상태가 안좋았지만 선동렬을 원하는 곳은 많았다.

당시 보스턴 스카우트 관계자와 도쿄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보스턴쪽은 테스트를 받아야 된다는 조건을 단칼에 거부했다. 아울러 요미우리도 은밀하게 연봉 3억 엔을 제시하면서 영입을 타진했다.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은 은퇴를 선언한다. 주니치도 재계약 의사가 있었지만 선감독은 정상에 있을때 은퇴하는게 좋다고 판단했고 스스로 옷을 벗었다. 선감독은 "주니치와 인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상태도 자신할 수 없어 요미우리의 제안을 뿌리치고 명예롭게 물러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로 갈 것으로 생각했던 주니치구단과 선수들이 놀랄 정도였다. 4년 밖에 뛰지 않았지만 선동렬 감독은 주니치 명예선수로 위촉받았고 지금까지 OB모임의 당당한 일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의리를 택하고 영원한 주니치맨이 된 것이다.
임창용도 다르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요미우리행 가능성은 충분했다. 요미우리는 마크 크룬을 내보내고 임창용의 영입을 위해 움직였다. 야쿠르트(14억2000만 엔, 197억원)의 계약조건보다 훨씬 웃도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쿠르트와 계약조건도 파격적인 것만은 아니다. 2+1년 계약으로 3년째는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잘못하면 2년만 뛰고 나올 수도 있다. 만일 요미우리라면 적어도 15억 엔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임창용은 고민 끝에 요미우리 이적이 아닌 야쿠르트 잔류를 택했다. 임창용은 잔류이유를 동료들과의 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료들에게서 잔류 부탁을 받아 그 정에 끌렸다. 지금까지 이런 느낌은 없었다"고 밝혔다. 돈보다 의리를 선택한 임창용은 동료들과 구단을 감동시켰다. 이제 그도 영원한 야쿠르트맨이 된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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