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은 시즌 초반 기대 이상으로 승승장구했다. 개막 2연전을 끝으로 이정석 이규섭 이승준 등 주전 3명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돼 큰 공백이 우려됐다.
그러나 삼성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강혁과 애론 헤인즈라는 막강 원투펀치에 이원수 김동욱 차재영 등 벤치멤버들이 펄펄 날았다. 주전 3인방이 빠진 10경기에서 삼성은 7승3패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1위 인천 전자랜드에 이어 2위에 오른 채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우려된 것이 바로 대표 3인방 복귀시 기존의 선수들과 어떻게 융화되느냐 여부였다. 대표 3인방이 돌아오면 선수층이 두터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기존 선수들끼리 다져놓은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고, 백업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대표 3인방은 비시즌에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는 바람에 정작 소속팀에서는 손발을 맞출 시간이 거의 없었다.
안준호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팀을 재정비하겠다. 국가대표 3인방이 돌아오면 팀 전력이 더 두터워진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과의 플레잉타임 조절이 문제될 수 있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팀의 승리라는 원칙 아래 운용할 것이다. 선수들이 팀의 승리를 위해 하나로 뭉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의 주문대로 삼성은 하나로 뭉쳐 더욱 강해졌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국가대표 3인방 복귀 첫 경기에서 전자랜드를 90-58, 무려 32점차로 대파하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1·2위 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는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점수차.
기존의 선수들은 물론 대표 3인방도 무리없이 팀플레이에 녹아 펄펄 날았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고른 활약으로 전자랜드를 압도했다. 이규섭(11점 3점슛 2개) 이승준(9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이정석(4점 4어시스트)이 빠르게 팀에 융화됐고, 김동욱(10점 3점슛 2개) 차재영(3점 4리바운드) 등도 공수 양면에서 제 몫을 했다.
안준호 감독은 "대표 3인방이 복귀해 기존 플레이가 흔들릴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오늘 승리로 그런 걱정을 말끔히 씻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대표선수 3인방과 함께 연습할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선수들이 하나가 되겠다는 일념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16점 7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끈 '동안의 주장' 강혁도 "대표선수들이 합류해 든든했다. 호흡도 잘 맞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게다가 삼성은 '킹콩센터' 나이젤 딕슨의 활용법까지 찾은 모습이다. 이날 딕슨은 승부처가 된 3쿼터에만 8점을 몰아넣는 등 13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로 골밑에서 위력을 떨쳤다. 높이가 좋은 팀들을 상대로는 딕슨을 중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리한 득점기계' 헤인즈와 양분을 통해 다양한 팀컬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준비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대표선수 3인방의 복귀로 날개를 단 삼성. 리그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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