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참 안 풀리네요".
지난달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 한화에서는 외야수 정희상(28)의 이름이 빠진 것이 의외였다. 예상치 못한 결정에 정희상 본인은 물론이고 팬들도 놀랐다. 정희상은 지난달 25일 훈련을 마친 뒤 한화 구단으로부터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통보받았다. 쉽게 말해 방출이었다. "연습을 끝마치고 바로 통보받았다. 그걸로 끝이었다"는 것이 정희상의 말이다.
중앙고-단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한화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정희상은 가능성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대학 시절 MVP·홈런왕·타점왕을 휩쓸 정도로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팀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창 대학선수에 대한 평가가 박한 시기였다. 정희상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참으로 일이 안 풀린다"며 아쉬워했다.

2005년 1군에서 4경기를 뛴 정희상은 2007년 막판 이름을 알렸다. 41경기에서 타율 1할5푼9리에 그쳤으나 시즌 막판 큼지막한 홈런 2방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후 2년간 상무에서 군복무한 정희상은 올 시즌 다시 한화로 복귀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희상은 김태완의 부상을 틈타 5월 13경기에서 35타수 13안타 타율 3할7푼1리 6타점으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6월부터 부진이 시작됐고, 때마침 그가 뛰고 있던 1루 포지션에 장성호가 영입되면서 설자리가 좁아졌다. 이후 2군으로 떨어진 정희상은 8월 말에야 다시 1군으로 올라왔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에 대해 정희상은 "아쉽긴 아쉽다. 잘할 수 있었는데 잘치는 선수들이 오면서 가라앉았다"고 되돌아봤다. 군제대 첫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더 이상 운이 안 따랐다.
한화 구단에서는 1루 및 외야 포지션 중복과 리빌딩을 이유로 정희상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구단 관계자는 "포지션이 겹치고 기량발전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기존의 김강과 새로 들어온 김용호 같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정희상이 이제 나이도 있고 구단 운영상 어쩔 수 없이 제외시키게 됐다. 이번 기회에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서 나온 뒤 여전히 대전에 머물고 있는 정희상은 다른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너무 늦게 발표돼 바로 갈 팀이 없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야구에 대한 희망은 끈은 결코 놓지 않았다. "아직 연락 온 팀이 없지만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 불러주는 팀이 있다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서른인데 나이도 찰 만큼 찼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모 관계자는 "정희상이 잘 치기는 참 잘 친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인 만큼 다른 팀에서 데려갈 수 있다. 어디 아픈 데도 없고 나이도 많지 않다"며 그의 재취업 가능성을 높이 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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