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만이 세상을 구한다-신간 '바보 Zone'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2.01 16: 23

바보정신이 행복·성공 비결
‘상식을 의심하라’ 등 실천 제안
'바보 Zone'

차동엽|288쪽|여백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누구에게나 바보기질이 집결되어 있는 ‘바보 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라고 차동엽 신부는 말한다. 바보기질은 성장과정에서 숱하게 상처받고 위축됐을 따름이었다.
“등신처럼 살면 되겠구나. 그러면 오래 살겠구나.”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100세 가깝도록 정정한 대학은사가 장수비결로 내놓은 답이 ‘등신처럼 살았다’는 것이었다는 말에 ‘꽂혀’, ‘바보찾기’를 시작했다. 몸으로만 아니라 혼으로, 혼으로만 아니라 영으로,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또 어우러져 사는 것이 ‘등신처럼 또 바보처럼’ 사는 일이었다.
바보들은 블루오션에 있었고 그들의 존재는 과히 블루칩이었다. 하지만 바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 안에 바보지대인 ‘바보 존(zone)’ 하나씩을 품고 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보들이 더 많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알리는 일이 필요했다.
본래 타고난 바보스러움을 회복하는 것으로 행복과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피력하는 책은 그렇게 나오게 됐다. 전작 ‘무지개 원리’로 생활 속에 녹아 있는 행복의 법칙을 파악하라고 설파했던 차동엽 신부가 이번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 화두로 ‘바보’를 들고 나왔다. 세상의 변화와 역사를 이끈 인물들과 사건을 매개로, 바보 특유의 우직함으로 상식의 틀을 깨버린 그들이 똑똑함을 자랑으로 삼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바보 에너지를 끌어낸다.
‘덜떨어졌다’고 놀림감이 되기 일쑤이던 바보들. 저자가 그 안에 들어있는 숨겨진 저력을 간파하게 된 것은 쉽게 얻어진 과정이 아니었다. 그 구심점이 된 것은 김수환 추기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자화상에 붙여진 ‘바보야’라는 그림이 신선한 충격이자 바보의 세계로 ‘입문하는’ 동기가 됐다.
바보 존은 가치판단과 동떨어진 중립지대에 있다고 했다. 문제는 보는 관점이다. 세상이 바보를 무용지물로 내려다보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 바보스러움이 세상을 구한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에게 신령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지우이신’을 예로 들어 무하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을 설명한다. 다들 무모한 바보짓으로 여기던,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의 회수율은 98%에까지 이르렀다.
바보스러움을 회복하고 바보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우기 위한 바보 실천철학 12훈도 제시했다. 상식을 의심하고, 망상을 품으며, 작은 일은 크게 큰 일은 작게 여기고, 철없이 투명하고 푼수같이 늘 웃어라 등등의 지침이다.
요즘처럼 스마트한 시대에 책은 시종일관 누가 바보로 위대했는지 말하고, 바보가 되는 법을 제시하며, 바보의 자유를 즐기고, 바보의 덕목을 지키며, 그렇게 바보가 되어가라고 이른다. ‘바보 같은 놈’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숱한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위대한 소시민이 호쾌한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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