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없어 안가' vs '안오니 권위 없지'…가요시상식 딜레마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0.12.02 09: 24

가요 연말 시상식이 악순환에 빠졌다.
가수들은 권위가 없다며 불참하고, 가수가 불참하니 시상식은 더 권위가 없어지는 모양새다. 시상식은 가수가 참석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상을 주고, 가수는 시상식이 그렇게 공정성이 없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어진다.
국내 가요계에선 시상식을 앞두고 주최 측에 수상 여부를 타진하느라 바빠진다. 시상식 참석 스케줄을 조정할 때, 상을 주는지 안주는지 여부가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 물론 상을 준다해도 그 자리에 못갈만큼 해외, 연말 공연 스케줄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불참하는 이유는 ‘거기 갔다가 다른 가수 들러리만 서줄까봐’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상도 못받는데, 거기 가서 들러리만 해줄 바에는 행사를 하나라도 더 뛰는 게 더 경제적이다. 참석만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정도로 권위있는 가요시상식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최 측은 가수를 조금이라도 더 초대하기 위해 상의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못오겠다는 가수가 많을 수록, 주최 측은 참석을 결정해주는 가수에게 더 고마워진다. 공정성이 또 흔들리는 순간이다.
참석-불참 여부에 관계 없이 상을 주고는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참석까지 했는데 상을 안주면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 가수들은 시상식까지 가줬는데, 상을 안주면 이후 해당 방송사와 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은 보이콧까지 불사할 정도로 예민한 상태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상식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시상식의 시청률이 떨어지니, 가수들은 더욱 더 굳이 시상식에 참석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영화, 드라마 등을 촬영하면서 ‘단체 행동’에 익숙해진 배우들보다는 각자 경쟁 체제인 가요 쪽에서 더 두드러진다.
한 시상식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다른 가수에게 박수만 쳐주는 역할이 꽤 어려울 것이라는 건 잘 알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가요시장에 권위 있는 시상식 하나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시상식 입장에서도 먼저 불참자를 끌어안고, 모두가 납득할만한 수상 결과를 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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