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철저히 본인의 실력으로 부활해야 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서의 시련을 딛고 오릭스에서 부활을 노리는 이승엽(34)의 방망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올 시즌 확실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한 채 56경기 1할6푼3리 5홈런 11타점에 그친 이승엽은 시즌 후 요미우리로부터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엄청난 경쟁자들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도 컸고 하라 다쓰노리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긴 것.

그러나 또 한 번의 기회는 찾아왔다. 오릭스는 2일 "이승엽과 1년 1억 5000만엔(옵션 별도)의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알렸다. 연 5000만엔 이하의 저연봉 계약설까지 나왔음을 감안하면 이승엽에 대한 오릭스의 기대감이 대단함을 알려준다.
최근 3년 간 1군에서 100경기 이상을 출장하지 못했음은 이승엽의 출장 기회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려주는 한 단면이다. 선수 본인 또한 "기회를 스스로 찾기 위해 냉정한 선수가 되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아쉽게도 팀은 그에게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결국 이승엽은 과거 터피 로즈처럼 요미우리 방출 후 오릭스로 이적하고 말았다. 90년대 후반과 2003시즌까지 긴테쓰의 거포로 명성을 떨치며 일본 야구 역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즈는 2004시즌 요미우리로 이적한 뒤 2005년 101경기 2할4푼 27홈런 70타점을 기록한 뒤 거인과의 인연을 끝냈다. 당시 로즈의 나이는 37세에 달했다.
그러나 한 해를 건너 뛰어 로즈는 오릭스에서 2007시즌 2할9푼1리 42홈런 96타점으로 날아올랐다. 그렉 라로카와 함께 로즈는 중심타선의 믿을 구석으로 활약했다. 2009시즌을 끝으로 일본을 떠난 로즈는 부상으로 인해 커리어에 상처를 입은 요미우리 시절을 씻고 오릭스에서 부활하며 야구인생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1시즌 이승엽은 더욱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올 시즌 3할3푼1리 24홈런 82타점으로 여전한 위력을 과시한 알렉스 카브레라가 소프트뱅크로 이적할 경우 그 자리는 고스란히 이승엽에게 이어진다. 올 시즌 2할8푼4리 33홈런 96타점으로 힘을 떨친 젊은 주포 오카다 T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어진 것.
퍼시픽리그서도 인기에 있어 변방팀에 속하는 오릭스지만 환경이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제2구장인 고베 스카이마크 스타디움의 경우 잠실과 유사한 환경이다. 이승엽 또한 지바 롯데 시절 "잠실과 비슷한 곳이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편안함을 이야기했던 바 있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인 이승엽. 이제는 오릭스서 실력 만으로 명성을 회복해야 하는 입장인 이승엽이 자신이 가진 본연의 힘을 제대로 내뿜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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