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잔류냐, 한국 또는 일본으로 옮기느냐를 놓고 말이 많은 '코리안특급' 박찬호(37)의 향방을 결정지을 소식이 터져 나왔다.
미국프로야구(MLB) 공식사이트인 '엠엘비닷컴(MLB.com)' 매튜 리치 기자는 3일(이하 한국시간) '저렴한 계약이 종종 구단들에게 최고의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사에 7명의 선수들 가운데 한 명으로 박찬호를 지명했다.
리치는 "자유계약 선수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뒤 "팀의 관점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최악의 계약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일년 계약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계약이 될 수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비웃지 말라. 양키스에서 끔찍했던 마지막 6주를 빼면 박찬호는 구원투수로서 아주 훌륭하거나 적어도 유용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치는 올 시즌만 놓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투수가 된 이후 전체적인 성적을 놓고 판단한 것이다.
박찬호는 올해 초 뉴욕 양키스와 연봉 120만달러(약 14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보스턴과 개막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뒤, 양키스 홈구장에서 LA 에인절스전 등판을 앞두고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까지 재발하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난 8월 양키스에서 방출, 피츠버그로 팀을 옮겼다.
양키스에서 27경기에 등판 2승1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박찬호는 피츠버그로 옮긴 후 2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49로 호조를 보였다. 양키스에서 불규칙하게 마운드에 오른 것에 반해 박찬호는 피츠버그에서 적어도 2∼3일에 한번씩은 마운드에 오르며 자신의 피칭 리듬을 되찾으며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특히 124승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던 경기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53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등 여러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코리안특급'이 아직 죽지 않고 건재함을 보여줬다. 내년 시즌에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상태다.
리치 역시 "박찬호는 불펜 투수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다. 2008년 중간 투수로 돌아선 뒤 총 184이닝 동안 그는 평균자책점 3.77, 153탈삼진 63사사구 19피홈런을 기록했다"고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한 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박찬호는 큰 돈을 받기 힘들다"고 냉정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박찬호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계약 기간을 얼마로 하는지의 문제"라고 말한 뒤 "만약 보스턴이 박찬호를 셋업맨으로 3년 계약을 한다면, 이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계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불펜투수를 보강해야 할 팀이 박찬호를 3,4번째 오른손 불펜 요원으로 1년 계약한다면, 그 팀에겐 매우 좋은 계약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기사에서 리치는 박찬호를 보스턴 불펜요원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3,4번째 오른손 셋업맨이라는 사실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있은 귀국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즌을 마치고 4개 팀에서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중 한 팀은 올 시즌을 마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라는 사실은 박찬호도 인정했다.
나머지 3구단에 대해 박찬호는 "아직 구체적인 계약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기에 밝히기 힘들다"고 설명한 뒤 "나 역시도 내가 30개 구단이 생각하는 불펜에서 첫 번째 고려 선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잘 안다"고 말했다.
일단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기사가 나온 만큼, 박찬호가 낮은 연봉만 감수한다면 1년 계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 나아가 '조니 데이먼, 올랜도 허드슨, 브래드 페니' 등과 같이 매우 훌륭한 단기 계약으로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의 계약이 고무적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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