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올 시즌 막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우완 투수 훌리오 데폴라(28)와 재계약했다. 이로써 데폴라는 한화 구단 역대 5번째로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선수가 됐다. 투수로는 레닌 피코타(2003~04) 브래드 토마스(2009~10)에 이어 3번째. 무엇보다 한화 구단에 대한 애정에 남다르다는 점에서 제2의 제이 데비이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옛 명성대로 외국인 타자들을 잘 뽑았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첫 해 마이크 부시란 부도수표를 뽑아들었던 한화는 이듬해 제이 데이비스와 댄 로마이어라는 특급 호타준족과 거포를 영입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데이비스는 이후 2006년까지 2003년 한 해를 빼고 7년간 한화에서 근속하며 프로야구 최장수 외국인선수로 활약했다. 데이비스가 떠난 후에도 한화는 제이콥 크루즈와 덕 클락 등 외국인 타자들의 좋은 활약을 펼쳐 전통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투수 쪽에서는 미미했다. 2008~09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브래드 토마스가 2년간 104경기에서 5승11패44세이브 평균자책점 2.86으로 활약한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이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한화를 떠났다. 이어 2003~04년 2년간 역시 마무리로 뛴 레닌 피코타도 83경기에서 9승12패29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63을 올렸으나 보이는 기록보다는 불안한 피칭으로 3년 연속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2007년 11승을 거둔 세드릭 바워스는 한화 사상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가 됐지만 역시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데폴라의 향후 성적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올해 데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41경기에서 6승12패3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58. 평균자책점이 높은 것에서 나타나듯 들쭉날쭉한 피칭이 많았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국내야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한화의 마음을 흔들었다. 외국인선수로는 드물게 선발뿐만 아니라 마무리와 중간까지 가리지 않고 등판한 마당쇠였다. 수비수들이 실책을 저질러도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먼저 다가가 그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9월15일 대전 넥센전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내려갔지만, 8회 전현태의 실책으로 동점이 돼 승리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데폴라는 등뒤의 이름보다도 가슴의 팀명을 먼저 생각했다. 그때 데폴라는 전현태에게 "내게 자꾸 미안해 할 필요없다. 나는 아무렇지 않고 괜찮다.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그를 감싸안았다. 한화 선수들도 "대화는 통하지 않아도 행동과 마음으로 친하다"며 데폴라에게 친근함을 나타낸다. 바로 이런 점이 데폴라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폴라는 재계약 후 "도미니카 윈터리그 중 여러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 내년 시즌 빅리그 진출을 위해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데폴라는 "올해 친하게 지냈던 한화 선수들이 그리웠다. 나의 기량 발전을 위해 힘써줬던 한화와 꼭 재계약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화라는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게다가 실력도 나날이 일취월장한 만큼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나이도 28세로 젊다. 데이비스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가 30세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데폴라의 앞날은 더욱 밝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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