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능하겠습니까. (박)정권이 형이 가능성 높지".
언제나처럼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경쟁자의 호성적에 밀릴 성적은 아니다. 오히려 페넌트레이스 성적만 따지면 상대에 우세할 정도.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성적을 올리며 맹활약한 '이블 준석' 최준석(27. 두산 베어스)의 꿈이 현실화될 것인가.

올 시즌 최준석은 127경기에 나서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김현수-김동주와 함께 두산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1루 수비 면에서도 최준석은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1루수 최준석'의 이름을 굳혀주고자 했던 김경문 감독의 기대치에 다가섰다. 최준석의 1루 수비율은 9할9푼8리(실책 2개)로 8개 구단 주전 1루수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성적을 올린 최준석이 골든글러브를 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바로 SK의 통합 우승 주역인 박정권(29)이 있기 때문. 올 시즌 124경기 3할6리 18홈런 76타점 17도루를 기록한 박정권 또한 데뷔 후 첫 골든글러브를 노린다. 지난해 수상자 최희섭(KIA)은 2할8푼6리 21홈런 84타점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2연패 가능성이 큰 편은 아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최준석의 그것이 박정권에게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최준석이 박정권보다 우월한 것이 사실. 타율-홈런-타점에서 모두 박정권에게 앞선 최준석은 총 14번의 결승타로 홍성흔(롯데), 최형우(삼성)와 함께 8개 구단 타자들중 공동 1위에 오르며 중심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박정권의 결승타는 11개로 공동 4위.
골든글러브 본연의 시상 기준이 되는 수비기록에서도 최준석은 박정권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 756⅓이닝을 1루 수비에 나선 최준석은 695⅓이닝의 박정권에 이닝 소화에서도 앞선다. 물론 토털 베이스볼 성격이 좀 더 짙은 SK 팀 상황 상 우익수로도 자주 나선 박정권의 모습을 감안해야 하지만 최준석의 수비력이 안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수비 범위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빠른 직선 타구, 정면 타구 처리서는 포수 출신인 최준석도 다른 1루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수비력이 나쁘다"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는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의 선입견이 짙다.
선수 본인 또한 타격만 잘하는 반쪽 선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전지훈련서 왼 어깨 탈구 부상을 당했던 최준석은 시범경기 막판 합류해 팔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1루 수비에 나섰다. 시즌 막판 발목 부상으로 힘들었음에도 그는 묵묵히 전광판 라인업서 자신의 이름 앞에 수비 포지션 3번이 찍히면 군소리 없이 1루로 향했다.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정권이 형이 팀도 우승시켰으니 더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받고 싶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보다 그는 평소처럼 자기 화법으로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호성적을 올렸음에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실패하며 남들에게 밝히지 못한 마음고생까지 겪었던 최준석. "뜬구름 잡는 기대보다 지금 내가 할 일에 더 충실하겠다"라며 마무리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그가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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