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운영 능력만 향상된다면 본인도 팀도 쉽게 농구할 수 있을 텐데…".
대구 오리온스가 최근 3연패로 다시 주춤하고 있다. 3경기 모두 경기 막판 집중력 부재를 드러내며 아깝게 졌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그런 점에서 이동준(30·200cm)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승현이 빠진 상황에서 오리온스가 기댈 수 있는 중심은 이동준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기둥 선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리온스로서는 이동준이 조금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13.6점 5.6리바운드 2.6어시스트로 모든 기록에서 데뷔 후 최고치를 내고 있는 이동준은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 17.0점 4.3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 특히 눈에 띄게 늘어난 어시스트가 돋보인다. 최근 집중적인 골밑 공략으로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틈을 타 어시스트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에게는 결코 성에 차는 수준이 아니다. 조금 더 영리하고 노련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적이다.
김 감독은 "상대 수비가 더블팀으로 붙으면 볼을 밖으로 빼줘야 하는데 멀리 있는 선수는 안 보이고 가까운 곳밖에 안 보인다고 한다"며 "블록슛을 2개나 당하고도 계속 골밑 공격을 고집한다. 우리 팀에 3점슛 좋은 선수가 많아 외곽의 오픈 찬스만 만들어주면 된다. 이동준의 경기 운영이 향상된다면 본인이나 팀이나 지금보다 훨씬 쉽게 농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경기에서도 이동준은 경기 초반 서장훈과 매치업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우위를 보였다. 골밑에서 물러서지 않고 마무리하는 집중력을 보이며 전반에만 12점을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동준은 후반 무득점으로 침묵했고 오리온스는 19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대역전패했다. 이동준이 살아야 오리온스가 살아난다는 게 증명된 한 판이었다.
경기 후 김남기 감독은 "이동준이 초반에는 잘해줬지만 볼을 너무 오래 끌었다. 그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긴 나머지 제대로 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머지 선수들도 이동준에게만 맡기고 기다리면서 서서 플레이했다"고 꼬집은 뒤 "이동준이 골밑에서 혼자 7~8초 동안 시간을 잡아먹었다. 더블팀이 붙으면 빨리 빼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자기가 해결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리온스는 이동준이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팀이다. 김남기 감독도 "우리 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이동준과 맞상대한 서장훈도 "기량이 점점 발전해가는 게 보인다. 약점을 조금 보완하면 오리온스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중적인 골밑 공략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경기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중심 선수로 다소 모자라다는 평가. 이동준이 진정한 오리온스의 기둥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가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느냐 여부에 오리온스의 시즌 운명이 걸려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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