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의 선두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12승3패로 여전히 순위표 맨 꼭대기를 점렴하고 있다. 신기성-문태종-허버트 힐 등 특급선수들이 가세하며 지난 시즌과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를 빼놓고는 전자랜드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다. '국보센터' 서장훈(36·207cm).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지지않는 태양처럼 굳건하게 코트를 지키고 있다.

서장훈은 지난 5일 대구 오리온스와 원정경기에서 23점을 올리며 19점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4쿼터 초반 3점슛 2개 포함 8점을 몰아넣으며 추격에 불씨를 당겼다.
비단 이날 경기뿐만 아니다. 서장훈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28분23초를 소화하며 16.7점 5.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국내선수 중 득점 4위, 리바운드 3위에 랭크돼 있다. 우리나이 37살 노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이다.
젊은 시절 함께 코트를 누볐던 선후배들도 하나둘씩 떠났다. '농구대잔치 세대' 중 남은 선수는 팀 동료 신기성(35)을 비롯해 김병철(37, 오리온스) 추승균(36, KCC) 정도밖에 없다.
그 와중에도 서장훈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선두 전자랜드를 이끌고 있다. 여전히 코트에서 남다른 승부욕으로 젊은 선수들과 부닥치고 있다. 노장이지만 노장답지 않은 승부 근성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장훈은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대랑 30대는 마음이 같을 수 없다. 나이를 이겨내려면 젊었을 때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장훈은 "스스로에게 채찍질한다"는 표현을 썼다. "나이가 많으면 퍼지기 쉽다. 스스로 갈고 닦고 채찍질한다.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면 나 자신에게 엄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서장훈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유 감독은 "(서)장훈이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지난 시즌에는 옆에서 도와주지 못했는데 올해는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스스로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몸 관리나 승부욕 그리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자세 등 후배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서)장훈이가 평소에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에너지가 떨어질까봐 그런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38살이 되는 서장훈은 스스로를 "노장"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그의 승부욕은 젊은 선수들보다 더 강하다. 그래서인지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시한다.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서장훈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역전승이 많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처음부터 경기 페이스를 잘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팀 선수들이 조금 안일한 게 있다"는 것이 서장훈의 솔직한 진단. 자신은 물론 팀에게도 엄격하다. 서장훈이 절대 지지않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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