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우승이다. 서울을 앞으로 나아갈 지향점으로 삼겠다".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쏘나타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아디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전신인 안양 시절(2000년) 이후 10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빙가다 감독 이하 선수단 모두에게 뜻 깊은 우승이지만, 안익수(45) 수석코치에게는 이번 우승 만큼 의미가 남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챔피언결정 2차전 이틀 뒤인 7일부터는 서울의 수석코치가 아니라 부산 아이파크의 신임 감독이 되기 때문. 진정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안익수 코치는 이번 시즌 서울의 우승의 숨은 주역이라고 평가 받는다.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팀을 무리없이 이끈 것. 잘못하면 감독이 이끄는 구단이 아니라 수석코치가 이끄는 구단이 될 수도 있었지만 안익수 코치는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을 절대 넘지 않았다.
서울의 한 관계자는 "안익수 코치가 시즌 중간에 선수들이 흩어지는 경향이 보일 때마다 잡아 주었다. 흔들릴 틈이 없었다"며 안익수 코치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 골키퍼 김용대도 "빙가다 감독님이 전술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를 가르쳤다면, 안익수 코치님은 한국인 감독과 같은 역할이었다"며 "그렇지만 수석코치 그 이상의 것은 절대 없었다. 선수들이 감독과 수석코치 사이서 혼란을 일으킬 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익수 코치는 "우승의 모든 영광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 감독 이하 모두가 고생해서 얻은 우승컵이다"면서 "그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 우승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안 코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우승이다. 이제 부산 감독으로 부임하는데 서울을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길로 삼겠다"며 부산에서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무엇을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던 안 코치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보여 위치를 다시 잡아 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답하며 "그런 것은 일도 아니다. 내가 한 일은 하나도 없고, 빙가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결과물이다"고 우승의 공을 돌렸다.
안 코치는 경기가 끝난 후 서울의 우승 세리머니에 함께 하지 않았다. 안 코치는 "저렇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만 봐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구단 관계자들의 합류 요청에도 단지 멀찌감치 떨어져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에 서울의 한 관계자는 "항상 모든 영광을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돌리는 분이다.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그 모습은 여전한 것 같다"며 안 코치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안익수 코치는 더 이상 서울의 수석코치가 아니다. 이제는 부산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K리그 우승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의 모든 관계자 및 선수들은 안익수 코치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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