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나는 거품처럼 화려하지 않다"[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12.06 10: 05

배우 이선균이 조금씩 대중에게 눈길을 끌 무렵, 그는 부드러운 커피 같은 남자였다. 깊게 우러나오는, 일명 목욕탕 목소리에 감미로운 노래를 부를 때면 반하지 않을 여자가 없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부터 ‘나쁜남자’가 되기 시작했다. 소리만 꽥꽥 질러대는 쉐프가 됐다가(드라마 ‘파스타’) 뒤끝 작렬의 성인만화가(영화 ‘쩨쩨한 로맨스’)가 됐지만 여전히 여심을 흔든다. 부드러워서, 혹은 까칠해서 매력적인 남자 이선균. 그가 영화 ‘쩨쩨한 로맨스’로 관객들 앞에서 섰다.   
이선균이 최강희와 함께 주연으로 나선 영화 ‘쩨쩨한 로맨스’의 흥행세가 심상치않다. 개봉 6일만에 60만을 돌파했고, 영화에 대한 평가도 최고다.

이 영화에서 이선균은 고집 센 만화가 ‘정배’ 역을 맡았다. 그림실력은 뛰어나지만 지루한 스토리로 인해 번번히 퇴짜를 맞다가 스토리작가 다림(최강희)을 고용해 함께 성인만화가를 그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발칙한 19금 러브스토리다.
- ‘쩨쩨’란 말이 어째 ‘로맨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 영화를 보면,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연애를 하다보면 쩨쩨해질 때가 많다. 둘이 연인이 아닌 성인만화를 그리는 공동 작업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고 조금씩 쩨쩨해지는. 사랑하기 때문에 쩨쩨해지는 그런 의미다.
- 최강희와 정통 멜로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찍고 2년만에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로 다시 만났다.
▲ ‘달콤한 나의 도시’ 때는 거리감을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연애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티격태격하는 느낌이다. 그 당시는 서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맞았고, 드라마 촬영이 워낙 바쁘다보니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술도 먹고 밥도 먹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최강희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학교 동아리방에 있는 느낌이었다.
- 이번 영화에서는 ‘로맨티스트’ 이미지가 아닌 까칠한 남자다. 실제 성격도 로맨티스트와는 거리가 멀다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로 인한 괴리는 없나.
▲ 너무 로맨틱가이로만 기대하는 것 같다. 유명해지기 전에 다양한 것을 많이 했는데, 그 쪽으로 잘되니 한가지 모습만 기억하는 것 같다. ‘하안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이 잘되니 다정하고 똑바른 모습이 더 강조됐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이미지로 광고도 찍고 작품도 계속 하니 고맙지만 계속 유지 하고 싶지는 않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는 거품과 같은 것이다. 실제 나는 거품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그걸 기대하고 보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나다.
- 그래도 여전히 ‘로맨스’와 잘 어울리는 남자다. 이제 결혼도 했고, 한 아이의 아빠지만 말이다.
▲ 아직까지 멜로에 대한 극적 판타지가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멋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멋있는 인물을 멋지지 않게 보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를 통해 좀 더 사실적인 것을 하고 싶었다. 실제 내 모습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까. 전작인 ‘옥희의 영화’나 ‘파주’ 같은 작품들을 계속 하는 것도 그런 과정의 일환이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 한 아이의 아빠, 그리고 남편으로서 이선균은 어떤가.
▲ 뭐든 와이프가 볼 때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알겠지만, 아이를 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부모의 임무겠지만, 모든 것이 힘들 것이다. 집에 가면 항상 놀아주려고 하고, 점점 술 먹는 횟수도 줄이고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인 줄은 모르겠지만, 같이 있는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함께 하려고 한다. 안고 있고, 노래도 불러주고 한다.
- 아들 '룩'이가 최근 돌을 맞았다는데. 아이가 태어나니 달라진 것이 있나.
▲ 달라진 것은 모르겠고, 아이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파스타’ 첫 촬영 날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영향이 일년 내내 쭉 왔던 것 같다. 이번 영화 ‘쩨쩨한 로맨스’ 개봉하는 시점이 아기 돌이다 보니 또 다시 좋은 영향이 오는 것 같다. 올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아기 덕분인 것 같아 너무 고맙다.
- 결혼 후 작품을 할 때와 총각으로 할 때가 다른 점이 있나.
▲ 30대 후반 줄에 접어들면 과도기도 오고, 더 도전할 것도 많아 질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인데 이 모든 과정을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니 그게 행복인 것 같다. 예전처럼 빨리 무슨 성과를 바란다거나 하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해 나가게 된다. 
 
- 배우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 배우란 누군가 불러줘 선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선택을 받기 위해 지금 열심히 할 때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작업을 해야지 배우로서 발전을 하는 것이다. 매년 기회가 주어진다면 드라마 한편에 영화 하나 반 정도 하고 싶다. 올해 ‘파스타’를 하고 ‘옥희의 영화’와 ‘쩨쩨한 로맨스’를 했다. 연말부터 ‘체포왕’을 하게 되는데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 하지 않던 것에 대한 막막한 두려움이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저에게 얻어지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선택은 아니겠지만 포기해서 돌아가면 앞으로 선택의 폭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다음 작품이 어떤 과도기의 시작과도 같은 것이다. 그 과정을 잘 뚫고 나가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바람이다.
bongjy@osen.co.kr
<사진> 박준형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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