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가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창단 이후 이렇게 오랜 기간 1위를 달리는 것도 처음이다.
신기성, 문태종, 허버트 힐이 가세하며 기존의 서장훈, 정영삼과 함께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한 전자랜드는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꾸준히 좋은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올 시즌 아직 연패가 없고 어떻게든 계속해서 이기는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전자랜드의 저력이 돋보인다.
▲ 노련한 선수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이 정도로 순항할 줄은 예상 못했다. 유 감독은 "올 시즌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왔다. 과연 3~4개월 만에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유 감독은 "경험있는 선수들이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 고비가 와도 알아서 잘 넘겨준다"며 노련한 베테랑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신기성-문태종-서장훈은 평균 연령 35.3세 고령 라인업이다.
유 감독은 "승부처까지 대등하게 하면 그 뒤로는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한다"고 절대적인 믿음을 나타냈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올 시즌 12승 가운데 7승이 전반까지 뒤지다 후반에 뒤집은 경기였으며 그 중 5승은 4쿼터에 짜릿한 뒤집기로 거둔 역전승이었다.
지난 5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는 3쿼터 중반 19점차로 뒤지던 경기를 기어이 뒤엎었다. 유 감독은 "10점차 내외는 시소경기라고 본다"며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크다.
노련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들 사이에 퍼져있다. 문태종은 "언제든 경기를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자랜드의 최대 강점.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도 19점차 대역전패를 당한 후 "전자랜드는 저력있는 팀이다.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서장훈도 "역전승이 많은 것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기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기본이 '되는' 농구
전자랜드의 선전에는 수비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랜드는 평균 76.5실점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2점슛 허용률도 50.3%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선발 라인업에 항상 이병석, 이현호 같은 전문수비수들을 기용할 정도로 유 감독은 공격과 수비의 조화에 신경쓰고 있다.
유 감독은 "우리 주축 선수들 중에는 공격형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늘 공격보다는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좋은 수비가 바탕이 되어야 공격도 잘 풀리는 법이다. 어떤 경기에서든 수비부터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의 말대로 전자랜드는 기본을 지키는 농구를 한다. 선수 구성상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신 부지런한 백코트로 속공을 적게 허용하고 있다. 경기당 2.33개의 속공 허용으로 5위에 랭크돼 있다. 전자랜드 선수 구성상 선방하고 있다.
유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선수 교체를 통해 나이 많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수비 강화 그리고 동기 부여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전자랜드는 선수 교체가 경기당 28.9회로 가장 많으며 벤치 득점도 평균 28.2점으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좋은 팀이다.
그러나 아직 전자랜드의 전력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다. 서장훈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아 아직 완벽한 조직력과 농구를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태종도 "플레이오프가 되면 최상의 전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유 감독도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해줘야 할 몫이 있다. 더 적극성을 갖고 임한다면 주축 선수들의 체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겠다. 높이도 있고 외곽에서 해결해줄 선수들도 많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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