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불안한 4쿼터 '고질병' 어떡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07 07: 59

"정말 속이 탑니다, 타".
대구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오리온스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중국으로 넘어가 전지훈련을 하고 올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리그 재개 후 첫 경기에서는 SK를 완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상승 분위기가 꺾였다. 5승10패로 7위. 6위 창원 LG(6승11패)와는 1경기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중요한 건 4쿼터에 고질적으로 무너지길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인천 전자랜드전이 대표적이었다. 3쿼터 중반까지 오리온스는 19점차로 리드하며 대어를 낚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자랜드의 반격을 감당하지 못하며 어이없게 대역전패했다.
 
올 시즌 오리온스가 당한 10패 중 6패가 전반까지 리드하다 후반에 역전당했고 그 중 5차례가 4쿼터에 뒤집어진 경기들이었다. 충격 여파가 큰 패배가 많았다. '오리온스는 4쿼터에 약하다'는 이미지도 굳어진 모양새. 매경기마다 마무리가 큰 고역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김남기 감독의 고민도 깊어진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데 자꾸 도망간다. 오히려 리드하고 있을 때 자신있게 하지 못하고 쫓기면서 당황하고 불안해 한다"며 "계속 이런 경기를 하기 때문에 주위에서 해결사가 없다, 리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전자랜드전에서는 작전 타임을 미리 다 쓰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4쿼터 막판에는 작전 타임도 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쫓기는 모습이라 미리 단도리하기 위해 작전 타임을 다 써버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동준이 성장했지만 아직 확실한 중심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가드진에서 제대로 조율을 못하고 있는 것이 뼈아프다. 이면계약 파문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승현 대신 박유민과 윤병학이 번갈아가며 경기를 조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김 감독은 "박유민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고비 때 약하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고 파이터가 되어서 팀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신인 유망주 박유민에게 기대를 걸며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아직 김 감독을 만족시킬 수준은 아니다.
오리온스로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김 감독은 "아직 한계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아쉽다. 지금은 대안이 없고 있는 선수들로 다시 다져야 한다"며 "경기 내용 자체가 나쁜 건 절대 아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고, 자신있게 해줘야 한다. 근성을 보여야 한다. 다들 너무 착해서 독한 면이 없다"고 아쉬워 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많아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정도 경기를 했으면 경험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오리온스는 당분간 경기 일정도 빡빡하다. 7일 전주 KCC전을 시작으로 9일 부산 KT, 11일 서울 삼성까지 2일 간격으로 경기가 계속된다. 김 감독은 "경기를 많이 하는 건 우리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체력적으로는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근 LG가 무너지고 있지만 KCC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모비스도 외국인선수가 약해서 그렇지 국내멤버가 좋고 확실한 리더 양동근이 있다. 인삼공사도 박찬희와 김성철이 들어온 뒤 좋아졌다. 지금 6위와 7위는 의미가 없다"며 쉽지 않은 6강 다툼을 전망했다.
오리온스는 7일 4연패 수렁에 빠져있는 KCC를 대구 홈으로 불러들인다. 과연 불안한 4쿼터 '고질병'을 극복하고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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