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취재석]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돼 '남격'에서 불명예 하차한 김성민에 대한 동정론이 꽤 거세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서 '김봉창', '에너자이저'란 애칭까지 얻으며 '예능늦둥이'로 맹활약했던 김성민. 화면 속 해맑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뜨릴만한 마약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마약이라면 그 종류와 상관없이 분명 불법 행위이긴 하지만 대마초도 아니고 필로폰 상습 투약이란 점에서 왠지 죄질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비단 소수만의 생각일까.
대마초건 필로폰이건 엑스터시건, 또 한 차례건 상습이건 간에 여하튼 김성민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불법 행위에 대한 법적 처분과 처절한 자숙의 시간이다. 물론 김성민 측은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조사에 응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안했다고 발뺌하거나, 있는 죄라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에 비하면 쿨(?)하다고 해줘야 하나. 여하튼 잘못을 신속히 인정한 점은 다행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간의 마약 연예인과는 달리 김성민에 대한 동정 여론이 상당하단 사실이다. 김성민이 구속된 지 이틀 만에 터진 가수 크라운제이의 대마초 사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런데 김성민에 대해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유가 뭘까.

'남격' 시청자들이라면 대부분이 김성민에 대한 호감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남격' 출연 전까지만 해도 여러 드라마에서 불륜남 혹은 악역을 맡아 연기했고 오랜 무명시절을 겪기도 했던 그다. 그러나 '남격'은 배우 김성민, 연예인 김성민의 운명을 바꿨다. 제작진에 의해 파격 발탁됐던 그는 생각 외로 성실했고 기대 이상으로 활달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예능에 터를 닦았다.

이러한 예능 속, 정확히 말하면 '남격' 속 이미지는 그 전까지 존재감 약했던 김성민을 '미친 존재감'으로 바꿔놓았고 일부의 반감을 호감으로 돌려놓기 충분했다. 이는 본인의 노력 더하기 제작진의 공이었을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유기견 제제를 입양하며 눈가가 촉촉해지던 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물론 마약과 착한 심성 사이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남격'을 통해 보인 김성민의 이미지는 시청자들의 무한 신뢰를 끌어 모으기 충분했다. 통상적으로 현실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믿음이 컸던 만큼 배신감도 크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일부 네티즌은 김성민을 믿고 좋아했기에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보면 방송의 힘, 나아가 매스미디어의 힘이 참으로 위대하단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예능 속 이미지로 그를 두둔하거나 동정하는 여론은 위험하다. 현재 김성민의 경우, 필로폰 뿐 아니라 대마초 혐의, 또 꽤 오래 전부터 마약에 중독됐었다는 소문, 외국으로부터 밀반입한 수법이 대단히 정교하고 치밀했다는 정황 등에 휩싸이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여자 친구와의 결별로 외로워서, 집안에서 배우란 직업을 인정받지 못한 괴로움에 한시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혹여 그게 사실일지라도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 '남격' 측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코너가 생기면서부터 1년 반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온 그가 마약 범죄를 일으켰단다. 거의 매주 하루 이틀씩은 얼굴을 맞대고 살을 비비던 멤버에게 감쪽같이 속은 셈이다. 애써 말을 아끼는건지, 말이 안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이들이 받았을 충격과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윤가이 기자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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