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장르는 일반적으로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물로 분류돼 왔다. 타깃이 분명하다 보니 어른 관객에게 소외되기 일쑤였고 여타 성인 영화와는 다른 바운더리 안에서 그들만의 경쟁을 벌이는 게 당연시 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과 조금 다른 분위기다. 독특하고 다양한 내용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개봉하고 작품성이 보다 높아지면서 어른 관객이 봐도 좋을 만 한 애니메이션이 속속 등장, 극장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슈퍼배드’ 같은 작품은 추석 극장가의 살 떨리는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기 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인 태연, 서현이 극중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해 화제가 된 ‘슈퍼배드’는 9월 16일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며 잘 만든 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슈퍼배드’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 북미 지역에서는 화제작 ‘이클립스’를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5600만불의 오프닝 스코어로 제작진의 전작인 ‘아이스 에이즈’ 1편과 3편의 수익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드래곤 길들이기’의 4천 3백만불 성적도 압도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도 많은 화제 속에 박스오피스 1위의 쾌거를 올렸다.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진이 다시금 뭉친 ‘슈퍼 배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지만 정작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그루가 ‘세계 최고 No.1 악당 되기’ 작전 성공을 위해 세 소녀를 입양하면서 벌어지는 신나는 모험과 가슴 따뜻한 감동을 담은 작품이다.
이집트 피라미드, 파리 에펠탑 등 세계적인 명소를 훔쳐 개인 컬렉션을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달을 훔칠 계획을 세운 그루는 이에 필요한 장비를 손쉽게 구하기 위해 세 소녀를 데려오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 영화는 거침없이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랑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던 그루가 점점 바뀌어가게 되는 내용을 그렸다.
‘슈퍼배드`에 일주일 앞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도 개봉 2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흥행세를 보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세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 화제를 모은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인간 몰래 그들의 물건을 빌리며 살아가는 마루 밑 소인(小人)들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 아래 인간 세상으로 첫 번째 작업에 나선 소녀 아리에티가 인간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인간 소년과 만난다는 이야기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개성과 정서가 오롯이 담겨 있다.
영화는 인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 아리에티가 인간 소년 쇼우를 만나 교감하는 과정에 주목해 두 사람이 펼치는 모험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이에 어린이 관객을 비롯해 성인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잊지 못할 여운을 남겼다는 평가다.

그런가 하면 이들 영화에 앞서 개봉했던 ‘드래곤 길들이기’도 올 한해 애니메이션 돌풍을 이끌었던 작품 중 하나다.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인 ‘드래곤 길들이기’는 국내 개봉 12일 만에 150만 관객 고지를 점령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3D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더욱이 ‘드래곤 길들이기’에 대한 20대 이상 성인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대학가를 중심으로 단체 관람이 이어지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색 광경이 펼쳐진 바 있다. 실제로 영화 전문 사이트들의 영화 예매율 통계 결과에 따르면 영화를 예매한 2, 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전체의 70%에 이르렀을 만큼 어린이들과 젊은층에 두루 사랑 받았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바이킹 계 이단아 히컵과 모든 바이킹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불멸의 드래곤 투슬리스가 친구가 되면서 버크 섬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선보인 3D 애니메이션이다. 실감나는 3D 영상과 세대를 초월한 벅찬 감동, 교훈적인 스토리까지 갖춰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흥행이 기대되는 애니메이션이 또 한 편 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새미의 어드벤쳐’다. 새미의 어드벤쳐’는 호기심 많은 거북이 새미가 친구인 레이, 소울메이트 셸리를 찾아 50년 간 전 세계를 모험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션 애니메이션으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최고의 3D 영상 퀄리티를 자랑한다. 또한 새미-레이의 충성스러운 우정과 셸리와의 달콤한 사랑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태어나자마자 우연히 셸리의 목숨을 구한 새미는 셸리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만나자마자 헤어지게 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새미는 상어에게 쫓기던 첫사랑 그를 기적 같이 만난다. 사이좋게 파라다이스로 통한다는 ‘비밀 통로’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두 거북이는 위험한 순간에서도 서로를 지켜주며 달콤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부러움과 감동을 안겨준다.
그런가 하면 ‘새미의 어드벤쳐’에는 주인공 새미와 베스트 프렌드 레이의 변치 않는 우정도 등장한다. 바다로 나간 첫날 마주친 둘은 같은 날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즐겁고 신나게 바다 곳곳을 누비는 두 거북이는 그러나 고기를 잡으려는 그물에 걸리게 되면서 안타깝게 헤어진다. 죽은 줄 알고 있었던 친구 레이를 다시 만나 뛸 듯이 기뻐하는 새미의 모습과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로 여기는 장면은 사랑하는 친구와의 변치 않는 우정과 그 깊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새미의 어드벤쳐’는 새미가 셸리와의 사랑, 레이의 우정을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는 동시에 현실 세계의 빠르게 변화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와 함께 환상적인 바다풍경과 세 거북이들의 사랑, 우정에 대한 감동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해줄 최고의 3D 기술은 관객들의 눈과 귀는 물론, 마음까지 만족시켜 올 겨울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킨 올해 에니메이션 영화들, 이들의 조용한 흥행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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