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일찌감치 수상자가 예약돼 있는 포지션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그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포지션도 있다. 손시헌(두산)과 강정호(넥센)가 맞붙는 유격수와 8명의 후보가 집결해 있는 외야수 부문이 경합 부문으로 추려진다. 역대 골든글러브에서도 치열한 격전 승부들이 있었다.
▲ 1983년 2루수 정구선-김인식
1982년 원년 골든글러브는 수비율로 시상했지만 이듬해부터 공격까지 포함한 지금의 베스트10 성격을 띄게 됐다. 첫 해부터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2루수 부문에서 삼미 정구선과 MBC 김인식이 맞붙었다. 결과는 정구선이 29표, 김인식이 27표. 2표차로 정구선이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정구선은 타율 2할5푼6리 15홈런 35타점을 기록하며 삼미의 돌풍을 일으켰다. 타율 2할6푼3리 1홈런 30타점 14도루의 김인식은 몸에 맞는 볼 1위(13개)에 오른 악바리. '인기구단' MBC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공신으로 정구선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2표차로 물을 먹고 말았다.

▲ 1987년 투수 김시진-선동렬
투수 부문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였다. 해태 선동렬은 충분히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었다. 선발과 마무리를 넘나들며 31경기에서 14승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0.89를 기록했다. 162이닝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며 2년 연속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해태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는 삼성 에이스 김시진에게 돌아갔다. 김시진은 33경기에서 193⅓이닝을 소화, 23승6패 평균자책점 3.12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김시진이 43표를 획득해 36표의 선동렬을 7표차로 제압했다. 만약 이때 선동렬이 수상했다면 6년 연속 황금장갑이 가능했다.
▲ 1994년 포수 김동수-김동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승부였다.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붙었던 LG와 태평양의 안방마님들은 골든글러브에서도 격전을 벌였고, 결과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LG의 승리였다. LG 김동수가 101표, 태평양 김동기가 99표. 단 2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김동수는 95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6홈런 42타점으로 LG의 '신바람' 야구를 뒷받침한 스타선수였다. 하지만 태평양의 돌풍을 이끌었던 김동기도 만만치 않았다. 119경기에서 타율 2할6푼4리 15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김동수보다 타율은 낮았지만 홈런·타점이 많았고 출장경기수도 24경기 더 많았다. 김동수는 선수생활 동안 포수 부문 최다 골든글러브(7회)를 받았으나 김동기는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 2001년 지명타자 양준혁-호세
2001년 지명타자 부문도 초경합이었다. 역시 2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LG 양준혁이 104표를 획득, 102표를 얻은 롯데 펠릭스 호세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양준혁은 124경기에서 439타수 156안타 타율 3할5푼5리 14홈런 92타점으로 LG 타선을 이끌었다. 수위타자를 차지한 양준혁은 최다안타에서도 3위에 오를 정도로 정확한 타격을 자랑했다. 그러나 호세의 성적이 어마어마했다. 117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4위) 36홈런(2위) 102타점(3위). 특히 한 시즌 최다 볼넷(127개)과 고의4구(28개) 얻어내며 역대 최고 출루율(0.503)을 기록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삼성 배영수에게 날린 펀치 한 방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 결정타였다.

▲ 2008년 유격수 박기혁-박진만
유격수 부문에서 최대 박빙으로 기록돼 있다. 롯데 박기혁이 154표를 얻어 150표를 받은 삼성 박진만을 4표차로 꺾고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113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 1홈런 36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롯데를 8년 만에 가을잔치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의외로 박진만이 크게 선전했다. 박진만은 2할4푼4리로 타율은 낮았지만 5홈런 38타점으로 박기혁에게 우위를 보인 가운데 수비가 강조되는 유격수로서 이름값이 강하게 작용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후광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손시헌-강정호가 이번 골든글러브 유격수를 놓고 2008년 최소표 차이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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