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여러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경력과 매너를 갖춘 외국인 우완에게 노력을 쏟았으나 결국 서로 다른 곳을 보며 걷게 되었다. 호주 출신 우완 크리스 옥스프링(33)의 디트로이트행을 보는 LG 트윈스의 아쉬운 마음은 그저 "아쉽다"라는 말 그 이상이다.

옥스프링은 지난 9일(한국 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과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선발형 유망주로 꼽혔던 옥스프링은 팔꿈치 수술 및 재활 후 또 한 번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옥스프링은 지난 2005년 샌디에이고 시절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9월 5경기 평균 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2006년 일본 센트럴리그 한신서 뛴 뒤 이듬해 LG에 팀 하리칼라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옥스프링은 1년 반 가량 14승 15패 평균 자책점 3.71의 성적을 남겼다. 2008시즌에는 봉중근과 함께 선발진 원투펀치로 분전하며 10승을 거두기도 했다. 기록은 화려하지 않았으나 계투진의 난조, 들쑥날쑥한 타선 지원 속에서 올린 성적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였다.
LG서도 이를 기억하고 2009년 일찌감치 그를 2선발로 계획하고 시즌을 시작했으나 그의 몸상태는 팀의 바람과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훈련을 위해 옥스프링을 소집훈련에 참가시켰던 존 디블 감독은 옥스프링의 당시 상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만약 저 팔꿈치 상태로 계속 공을 던진다면 옥스프링은 2년 안에 야구 인생을 접게 될 것이다. 팔꿈치 수술을 한다면 5년 정도는 더 활약할 수 있겠지만". 이미 2008시즌 말부터 팔꿈치 부위 통증으로 인해 고민이 깊던 옥스프링도 디블 감독의 이야기에 한국 복귀 후에도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LG서는 부상 부위 회복에 집중하다 퇴단했다.
중요한 것은 LG가 옥스프링이 팀을 떠날 당시도, 그리고 수술 후 재활에 나설 때도 물질적-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는 사실. 그에 반해 LG가 쏟은 노력은 결코 지난 2시즌 동안 팀 전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잠실을 공유하는 두산이 2009시즌 직전 부상당한 맷 랜들을 퇴출하며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것과 달리 LG는 옥스프링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교체 시점이 늦어지며 투수진 퍼즐 맞추기가 늦어졌고 옥스프링의 바통을 이어받은 릭 바우어, 제레미 존슨은 둘이 합쳐 3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올 시즌 중반 옥스프링은 한국을 찾아 구리에서 LG 2군이 치르는 연습경기에 나서는 등 실전 감각 고양에 힘썼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옥스프링인 만큼 팀에서는 "올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비공식 연습경기 출장에도 주위에서는 시즌 대체 선수로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때마침 퇴출론에 휩싸였던 좌완 필 더마트레와 갈수록 구위 저하 현상을 보이던 마무리 오카모토 신야가 경기에 100%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
구단의 노력과 그로 인한 상흔이 컸던 만큼 옥스프링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 후보 한 명에 그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넥센은 삼성 출신 우완 브랜든 나이트를 영입하며 "마땅한 외국인 선수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3년 간의 동양 야구 경력과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투구 비디오와 기록으로 절대 찾을 수 없는 매너를 갖춘 옥스프링 카드가 날아간 것은 LG에 뼈아픈 손실이다.
지난해 한국을 떠나기 전 잠실구장에서 팬들의 축하 속에 생일을 맞았던 옥스프링은 당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에서 뛰고 싶다. 그러나 1년 넘게 걸릴 수술 부위 재활을 마치고 나서 결정할 일". 선수로서 은퇴를 생각할 시기였던 만큼 그는 신중하면서도 도전적인 자세로 수술을 기다렸다.
순조롭게 재활을 마친 옥스프링은 선수로서 다시 없을 기회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충분히 응원받아야 할 입장이지만 LG 입장에서는 격려 속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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