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수상은 더욱 감격적이었다. 그것도 저마다 한 두번 이상의 좌절을 겪고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네 명의 '첫 경험자'를 배출했다.
11일 엑스 오디토리움 컨벤션센터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서 골든 글러브 영예를 안은 10명의 주인공 중 첫 수상자는 4명. 포수 부문 조인성(35. LG 트윈스)과 1루수 최준석(27. 두산 베어스), 유격수 강정호(23. 넥센 히어로즈)와 외야수 김강민(28. SK 와이번스)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3할1푼7리 28홈런 107타점을 올리며 역대 포수로는 최초로 한 시즌 100타점에 성공한 조인성은 총 유효표 373표 중 167표를 획득하며 우승팀 포수 박경완(SK, 165표)을 두 표차로 제치고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았다. 1998년 데뷔 이후 12년 만의 쾌거다.
신일고-연세대 시절부터 공수 겸장 포수로 주목을 받았던 조인성이지만 그는 어찌 보면 불운한 포수였다. 조인성의 데뷔 시절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박경완이 있었고 1년 선배인 진갑용(삼성)도 있었다. 데뷔 당시 LG의 주전 포수였던 김동수(넥센 코치)는 물론 홍성흔, 강민호(이상 롯데)이 수상하던 당시 조인성은 그저 차점자로 주변인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올 시즌 조인성은 팀의 부진을 통감하며 타선에서 제 힘을 내뿜고자 노력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는 팀 후배 심수창과 경기 도중 언쟁에 초점이 맞춰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의 감격을 안았다.
최준석의 야구 인생도 험난했다. 2001년 롯데서 데뷔했던 최준석은 동기생 이대호와 스타일이 겹치며 결국 2006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 부상에 허덕이며 아픔을 감내해야 했으나 이는 오히려 선수에게 약이 되었다.
지난해 첫 3할 타율(3할2리)을 기록하며 정확성까지 장착한 타자로 가능성을 비춘 최준석은 올 시즌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으로 두산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비록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는 "팀 배팅을 통해 더 나은 활약을 보여주겠다"라며 각오를 다졌고 호성적으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강정호의 경우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단 재정으로 선수단이 경기력을 확실하게 떨치기 힘든 상황에서도 강정호는 2년 연속 주전 유격수로 힘을 내뿜었다. 지난해에는 20홈런 유격수로 활약하더니 올 시즌에는 3할1리 12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3할 유격수'로 넥센의 자존심을 지켰다.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한 것은 더욱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타 유격수 유망주와는 또다른 수비 동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강정호는 이제 당당한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김강민은 이제 '상승(常勝)'팀의 당당한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데뷔 이래 군입대도 미루며 실력 향상에 힘을 쏟았던 김강민은 올 시즌 3할1푼7리 10홈런 72타점 23도루의 호성적을 올리며 팀이 2년 만에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패권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탁월한 운동능력을 선보이며 SK 외야 한 축을 확실히 지킨 공은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김강민은 팀 우승을 견인한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함께하며 병역 혜택의 큰 선물을 받았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며 안정감을 갖게 된 김강민은 골든글러브로 본격적인 야구 인생의 전성기 돌입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처음이 의미있는 이유는 더 나은 야구인생의 전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호성적을 올리며 잊을 수 없는 값진 선물을 받은 네 명의 첫 수상자들이 다음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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