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쿵쾅거리더라".
'짐승'도 긴장했다. SK 주전 중견수 김강민(28)의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순간은 떨림의 연속이었다.
김강민은 11일 오후 3시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두산 김현수, 이종욱과 함께 외야 부문 황금장갑 주인공 명단에 이름을 올랐다.

유효표 총 373표 중 177표를 받아 김현수(319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아 골든글러브 외야수로 당당히 우뚝섰다.
넓은 수비, 강한 어깨는 기본이었던 김강민은 올해 115경기에서 10홈런 72타점 23도루 3할1푼7리의 타율로 타격 부문 8위에 올라 잠재된 타격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박한이(삼성), 이용규(KIA), 이진영(LG), 이대형(LG), 손아섭(롯데) 등 쟁쟁한 후보군들 사이에서 수상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인지 김강민은 생방송에서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 올해 최고 시즌을 보냈는데 감독님, 코치님, SK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짧막한 소감만 전했다.
올해 첫 억대(1억 2000만원) 연봉자에 진입한 김강민은 생애 첫 3할대 타자가 됐다. 첫 세자리 수 안타 등 개인 성적이 최고를 찍었다. 이는 곧 첫 올스타전 출전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후보 발탁에 밑거름이 됐고 금메달과 함께 병역 혜택까지 누렸다. 팀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했다. 오는 18일에는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김강민은 생방송이 끝나고 가진 2부 순서가 돼서야 "아까는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면서 "대구에서 TV로 지켜보실 부모님께 감사하고 예비 신부 박정선 양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좀더 감격적인 멘트를 할 수 있었다.
장소를 옮긴 만찬장에서는 그나마 조금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원래 긴장을 잘 안하는 편인데 이렇게 떨릴 줄 몰랐다. 심장이 쿵쾅걸릴 정도였다"면서 "다른 포지션이 먼저 발표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제일 먼저 시작하며 예상대로 가지 않아 더 당황하고 긴장했다"고 웃었다.
이어 "상을 탈 경우 꼭 해야 할 말을 나름대로 외우고 있었는데 막상 단상에 올라서니 머리 속이 하얗게 됐다"면서 "감독님 이름까지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더라.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할 때는 왼쪽 뺨에는 경련까지 일어나더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한편 함께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으로 참여한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비쳤다. 김강민은 테이블에 나란히 함께 앉아 있던 최정, 박정권, 정근우를 바라보면서 "방금 전에 방송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저 앞에서는 말을 못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 동료들한테 괜히 미안하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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