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홍)성흔이의 역할을 모사해 나서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찬스를 후속 타자들에게 잘 연결하고자 하는 것 뿐입니다".
팀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 성적과 공명심보다 팀을 먼저 내세웠던 주장. 그만큼 2년 만의 골든글러브 탈환 의미는 더욱 깊었다. 올시즌까지 주장이자 상위 타선의 필수 요소로 맹활약하며 팀에 공헌한 조성환(34. 롯데 자이언츠)의 골든글러브는 그래서 의미깊었다.

조성환은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0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조성환은 올 시즌 11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6리(414타수 139안타) 8홈런 52타점 83득점 8도루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당초 조성환은 SK의 통합우승을 이끈 동시에 부동의 국가대표 2루수로 자리를 굳힌 정근우(28)와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었다. 정근우는 올 시즌 3할5리 2홈런 48타점 33도루를 기록한 동시에 팀의 통합우승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공헌하며 소속팀과 나라를 위해 공헌한 점을 높게 평가받기 충분했다.
수비율면에서 조성환은 9할9푼5리(3실책)로 9할8푼(13실책)을 기록한 정근우에 앞섰으나 이미 베스트 10화된 골든글러브 수상과 별 관계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특히 정근우는 팀 성적에서 대단한 우위를 지녔던 만큼 조성환은 페넌트레이스 성적이 앞서고도 편하게 시상식을 준비하기 힘들었으나 골든글러브는 조성환의 차지가 되었다.
특히 홍성흔이 부상으로 결장했던 순간 조성환의 공헌도를 생각하면 더욱 높게 평가될 만 하다. 6월서부터 홍성흔-이대호-카림 가르시아로 이어진 중심타선에 찬스를 잇는 2번 타자로 출장했던 조성환은 8월 15일 광주 KIA전서 홍성흔이 왼손등 골절로 전열 이탈한 이후 3번 타자로 시즌을 마쳤다. 8월 하순 윤석민(KIA)의 체인지업에 머리를 맞는 아찔한 순간도 겪었으나 그는 잠시 간의 휴식기 이후 다시 경기에 나섰다.
사구 이전까지 7경기 동안 조성환이 3번 타자로서 기록한 성적은 3할7푼9리(29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뛰어났다. 7경기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이 기간 동안 롯데는 홍성흔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 6연승을 달리는 호조로 5위 KIA와의 승차를 벌여 놓으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교두보를 놓았다. 좋은 성적을 올렸던 조성환의 활약상이 가장 빛난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러나 당시 조성환은 매번 손사래를 치며 "나만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성흔이도 응원에 열을 올리며 선수들의 기를 북돋워준다"라는 말로 겸손하게 답했다. 지난해 안면으로 날아든 공에 안와 골절상을 겪었음에도 "몸쪽 공을 던진 (채)병룡이가 충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었다.
"3번 타자로 나선다고 하지만 저는 성흔이와 다른 스타일이잖아요. 제가 해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뒤에 버틴 대호나 (강)민호, 가르시아에게 찬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섭니다. 성흔이가 해결사형 3번 타자였다면 저는 연결형 3번 타자로 활약하고자 합니다".
홍-대 듀오의 화려함에 가려진 감이 있었으나 그가 선행 주자로 자주 출루해주지 않았더라면 두 주포의 대단한 기록은 나오기 힘들었다. 그리고 주전 유격수 박기혁의 연이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키스톤 콤비 운용이 시즌 내내 어려웠음에도 묵묵히 2루를 지킨 그의 활약상은 3년 연속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졌다. 사랑하는 아내와 하늘로 떠난 열성팬에게 감사함을 밝힌 조성환의 골든글러브 탈환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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